오늘 오전에 본 영화 <존 윅 – 리로드>에서 인상적이었던 설정은 킬러들이 족보도 없이 날뛰는 게 아니라 그 세계에도 엄연한 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콘티넨탈 호텔은 킬러들의 중립지대이자 안식처로서 어떠한 살인도 용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킬러들에게 살인 청부하는 방식이 무척 신선했었다는 점이다. 소네 게이스케의 <암살자닷컴> 또한 그 점에선 마찬가지.

 

 

그것은 인터넷으로 상거래를 하는 세상이라지만 심지어 살인마저도 거래가능 하다지 않나. 입찰과 낙찰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생계형 아르바이트 같은 킬러들의 생활은 보통의 노동자들과 하등의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실수로 금액을 잘못 입력해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비록 우린 웃고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더 나아가 미 이행 시 조직한 잔인한 처벌이 떨어질 테니까. 경찰, 가정주부, 여고생 등등 다양한 직업군의 킬러들은 우리 주변의 이웃으로 조용히 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순간 마다 애환을 드러내며 직업병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성실, 신의로 어필해야 할 이가 배신이라는 뒤통수를 칠 때 눈뜨고 당한 이가 안타깝고, 니가 그럴 줄 몰랐다 였겠지. 또한, 가족을 부양해야 할 가장이 정작 무능하여 대신 그 짐을 떠 안 아야 했던 주부 킬러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결혼을 동아줄로 생각하는 이해타산적인 요즘 여자들과 달리 순진할 정도로 정도만 걸으려했던 그녀가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아둥 바둥 거려야만 했던 마지막까지 남편과 아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게다가 처음과 마지막을 절묘하게 이어 나가는 그 반전은 느낌이 참 좋다. 풍선이란 단어에서 빵 터진데다 그런 구성과 트릭에 이 책이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소네 게이스케가 이야기꾼으로서의 던지는 쏠쏠한 재미가 결코 바닥을 치는 일이 없다는 거다. 아쉽다면 맛보기로 등장한 조직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밝혀져 제대로 된 액션 스릴러물이 되었다면 하는 점이다. 어차피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중간에 놓여 있다면 방향을 확실히 잡는 게 좋았겠다. 물론 순전히 팬심만으로도 이 정도에서 나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