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소설은 읽고 나서 줄거리를 다시 확인해보아도 논리적 개연성이 전혀 없는 황당무계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다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 되어 버리니 모든 것이 뒤죽박죽입니다.두 주인공이 우연히 간장소스를 섭취해 미지의 능력을 얻고 지옥문이 열리면서 크리처들이 등장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전개를 처음 접했을 때 많은 B급 대중문화의 산물들이 연상되는 것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시작은 퇴마사 같다가 많은 부분들에서 만화 간츠를 가장 집중적으로 떠올리게 하네요. 간장소스와 검은 구체는 현실과 이타적 세계를 연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동질성, 크리처들이 계속 나오는 원인에 대한 추측 불가,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경악과 난해함 등이 한데 어우러져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점이 닮아있다는 생각입니다.'낙타 대학살’은 역시 일본만화‘디트로이트 메탈시티’가 생각나구요.

 

어쨌든 이렇게나 저렇게나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자포자하는 심정에 포기하다시피하며 읽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면에서 원작보다는 영화로 감상해야 그나마 이해하기가 나을 듯 싶구요. 작가의 말대로 시간 남아도는 분들이나 한 번 읽고 머리 속에서 지워 버려할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B급 코드란 먹힐 때와 안 먹힐 때가 있는 데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는 게 이 소설이 다시 확인 가능케 합니다. 그야말로 진정 병맛인거죠. 이번만큼은 느낌을 정리한다는 것은 진짜 찐짜 불가능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