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 <자전거를 탄 소년(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 2011)>를 좀 전에 감상하였습니다. 와우~~~ 이 영화 대박인데요. 벌써부터 2012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 될 거라는 입소문은 설레발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영화가 주는 진정성에 가슴은 벅찬 감동과 여운으로 흥분이 채 가시질 않네요 ^^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릴(토마 도레)은 자신을 떠나버린 소식 없는 아빠(제레미 레니에)와 도둑맞은 자전거를 되찾고픈 꿈을 가진 11살 소년입니다. 아빠를 만나기 위해 보육원에서 끊임없이 도망가다 잡히는 일상을 반복하던 시릴은 어느 날 보육원에서 달아나는데 성공하게 되는데요, 시릴은 자신이 애지중지하게 여기는 자전거를 아빠가 팔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생활고를 못이긴 아빠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시릴과 병원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미용실 주인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 아줌마는 아이의 처지를 동정하게 되면서 시릴에게 주말만 위탁모가 되어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어요. 시릴이 아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아빠를 찾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사만다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아이가 나쁜 꾐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게 되죠.

사만다 아줌마의 걱정대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같은 동네의 문제아 웨스(에곤 디 마테오)라는 녀석이 시릴에게 친절을 가장하여 의도적으로 접근하면서, 사만다의 반대와 시릴의 갈등은 점차 고조됩니다. 시릴은 과연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사만다 아줌마랑은요.....

이 영화의 제목도 그렇고 영화 자체를 보신 관객들 중 고전영화에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으신 분들은 즉시 눈치 챘을 겁니다. 바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도둑>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아요~~(흠, 비슷했나요? ㅎㅎㅎ)

자전거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단연 갑이죠. <자전거도둑>과 <자전거를 탄 소년>은 여러모로 닮은꼴입니다. 두 영화 모두 자전거가 아빠와 아들을 가족이라는 한 고리로 묶어 주면서 생활고를 해결해 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 점 때문에 다르덴 형제 감독은 그 영화에서 어쩌면 모티브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두 영화가 유사하면서도 다른 길을 걷게 만드는 것은 자전거로 일해서 아들을 먹여 살리려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시릴의 아빠처럼 아들을 감당 못해 보기 싫다며 양육을 포기해버리는 비정한 아빠로 각자 다르단 겁니다. 정말 잔인할 정도로 마음을 도려내는군요.

그렇기에 이 영화는 자전거에 중요한 의미를 추가 부여합니다. 그것은 깨어져버린 가족이라는 그릇을 복원하고 싶은 소년의 소중한 꿈이 담겨있기 때문에 도둑맞은 자전거를 악착같이 되찾으려 했었던 겁니다. 아빠가 사다준 자전거를 잃는다는 것은 또한 아빠와의 이별과 단절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지요.

그렇게 본다면 장 피에르-다르덴&뤽 다르덴 형제의 기존 영화 스타일과는 다른 점이 있을까요? 평소 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조용히 조명하면서 구원과 희망, 윤리를 성찰하는 주제의식, 인물들을 관조하는 카메라 시선 등의 방식을 영화로 연출하는 감독들입니다.

이번 영화도 다르덴 형제가 자신들의 장기를 잘 살려 버림받은 소년과 부성애의 부재를 또다른 모성애로 대안 제시하면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주제의식이 영화 전반에 잘 표현되고 있기도 하죠.

소년과 아줌마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나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고, 나무에서 떨어져 다치고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 자전거를 끌고 사라지는 소년의 뒷모습은 그래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형연할 수 없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결국은 자신들의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되, 더 따듯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이 절제된 영상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시나리오가 압권인 영화 <자전거를 탄 소년>을 2012년 최고작 리스트 맨 꼭대기에 올려놓고자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요, 이런 영화를 내심 기다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