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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영화 <부러진 화살>이 소리없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시점을 맞아 제2의 <도가니>라고 불리는 이 영화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여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2007년에 실제로 벌어졌던 전대미문의 석궁테러사건을 떠올리면서 당시 어떠한 생각들을 하였을까? 그때 TV 뉴스로 동 사건을 접하며 문득 든 느낌은 "저 사람 완전 또라이구만, 암만 판결에 불만이 있어도 그렇지, 신성한 법정에서 저런 해괴 망측한 짓을... 쯧쯧..." 그렇게 혀를 차게 했던 그 사건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그러던 중 <남부군>,<하얀 전쟁>등 주로 이념적 성향이 강한 작품들을 주로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이 간만에 컴백하면서 내놓은 작품이 바로 <부러진 화살>인데,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영화 소재를 대중성 측면에서 판단했을 때 특별히 어필될만한 요소가 없다고 보아 흥행참패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미 본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이 영화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었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줄거리를 잠깐 살펴보자면 주인공 김경호 대학교수(안성기 분)가 출제문제의 오류를 덮어두려는 대학당국에 맞서다 괘씸죄로 찍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게 되고,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지만 역시 결과는 학교 측의 승소로 끝난버린다. 여기서 승복하였다면 끝났을 일이 교수가 판사를 찾아갔다가 석궁으로 쏘았다는 살인미수로 피소당하면서 온 국민의 이목을 모으게 된다.

 

하지만 사법부에서는 김경호 교수에 대하여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당당하게도 언론에 틀림없는 유죄로 발표하는 등 마녀사냥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재판 진행과정에서에서 사법부 검사측에서 제시한 증거물들의 허술함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혈흔감정 청구 무조건 기각, 증거 조작 및 인멸, 허위 진술 등으로 어떻게든 김교수를 유죄로 선고하기 위해 재판을 몰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그때까지 냉정을 유지하며 영화를 보던 내가 억울하고 답답해서 눈물이 나와버렸다. 판사에게 재판무효를 외치며 계란을 던지는 영화 속 방청객들처럼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날뻔 했을 정도이니.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재판 과정이 90%이상 실화, 10%가 허구라는 정지영 감독의 주장에 대해 사실왜곡에, 좌빨 영화라는 비난의견도 있으니 뜨거운 감자가 된 셈이다. 나도 평소 보수진영이라고 자처해왔고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고자 했으나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걸 봐선 대중선동이 목적이었다면 당초 목적은 훌륭하게 달성했다고도 볼수 있다.

 

또 한편으로 연기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이태우 판사로 나온 배우 이경영의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최근 민주당 통합위원이 된 문성근의 연기는 물흐르듯 자연스러움의 극치를 잘 보여준다.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현직 판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인데, 신재열 판사 역을 맡아 기득권층의 오만방자하면서도 무성의하게 재판에 임하는 태도라든지, 자신을 직무유기죄로 고소하는 피고 김경호 교수를 보며 어이없어하면서도 짜증섞인 반응 등은 관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현재의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이 영화를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관객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영화는 그냥 영화로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렇듯 이 영화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원칙없는 법 집행에 일침을 가함으로서 정면으로 직격탄을 날리다 못해 조롱에 가까운 정면돌파로 통렬한 비판을 던진다. 이에 사법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노출시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젠가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거라는 극중 박준 변호사(박원상 분)의 발언을 국민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이번 영화를 교훈삼아 환골탈태해야 하리라.

 

법의 정의와 권위는 양심과 원칙이 균형을 이룰 때에만 효력을 발휘한다. 무조건적인 준수가 아님을 상기하면서 연초부터 뜨거운 심장을 뛰게한 멋진 영화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 감독을 비롯하여 안성기, 박원상, 김지호, 이경영, 문성근 등 열연을 아끼지 않은 모든 배우와 스탭진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머리와 가슴을 움직이는 영화로 강력 추천하고자 한다. 이런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영화를 보겠단 말인가? 

 

이것은 무조건 봐줘야할 영화~~

2012년 최고의 한국영화 중 하나로 기억될 <부러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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