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천만 독자를 뒤흔든 초대형 베스트셀러, 다빈치코드와 해리 포터를 향후 10년간 잠재울 유일한 책 등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화려하게 설명하는 수식어구들을 보노라면  이것은 신드롬에 가까운 수준이다라고 요약 정의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스릴러는 사살상 세상 밖으로 나오기 힘든게 사실이고, 책의 서두에서 장황하게 설명된 스웨덴의 경제학 개론에서부터 지뢰밭을 밟은 나는 장렬하게 전사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초반의 고비를 넘겨야만 본격적으로 스웨덴산 스릴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전 안내에 지레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3편까지 시리즈를 내놓은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된 상태에서 모국인 스웨덴에 이어 헐리웃에서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된 것이 이 영화인데, 일단 오프닝 타이클 시퀀스가 유려하면서도 감각적인게 핀처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난다.

그리고 책에서 가장 지루했던 스웨덴 경제학 강의는 당연히 건너뛰고 이미 책에서 읽었던 중요한 대목들은 원작에 가깝게 충실히 영상으로 옮기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읽은 기억들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며 내용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다는 건 핀처 감독의 능력으로 칭찬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이 너무나도 지루해서 1편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는데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는데, 이 영화라고 다를 건 없었다. 역시 충분한 이해과정을 거치지 못했으니 왜 이 작품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지는 여전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확실한 대중적인 재미가 많이 부족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촬영장소로 스웨덴을 고집한 감독의 선택은 옳았었다고 생각되며, 덕분에 엔딩에서 바이크를 타고 돌아가는 살란데르의 주변의 이국적인 풍경들이 시각적인 쾌감을 준다. 또 하나의 수확이라면 살란데르 역을 맡은 루니 마라의 연기가 그나마 영화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인데, 책에서 상상했던 기괴한 비주얼과 기질은 그녀를 스릴러 작품에서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보는 즐거움이 반감되었을 터, 스웨덴판에 나온 여배우가 좀더 싱크로율이 근사치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문득 들곤 한다. 어쨌든 2012년 스크린에서 발견한 올해의 얼굴이다.

이렇듯 책과 영화, 어느 쪽도 나에게 이해와 만족을 안겨다 주지 못한 <밀레니멈 시리즈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원작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충성스러운 독자들에게는 비교의 즐거움과 탄생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것은 스웨덴 현대사에 가려진 부정과 비리, 부패에 대한 선전포고이기 때문에, 여기서 배출되는 카타르시스 또한 공감할 수 있다면 만족도는 더욱 상승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