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부터 20세기 중반 사이에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에서 벌어졌던 유물 발굴 경쟁의 전말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 아래에 많은 문화재가 약탈당한 경험이 있는데다가 또한 일본의 영향으로 중앙아시아 유물의 3대 보유국이 된 우리나라로서는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용을 잠깐 살피자면 이 책에는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 등 20세기초 실크로드를 찾아 유물을 발굴했던 고고학자 혹은 탐험가 6인의 실크로드 탐험사를 담고 있다. 고고학자들이 벌이는 탐사와 모험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앎의 즐거움 외에도 이 책에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나름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의의가 아닐까 한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이 "실크로드의 악마들"이다. 제목부터 이미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음을 알 수 있다. 6명 이상의 고고학자들이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많은 유물을 발굴해 이 지역에 대해 역사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두고 나라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중국과 중국인들은 자국의 문화재가 약탈당한 역사적 사실을 치욕으로 생각하며 약탈된 문화재의 흔적을 바라보며 통한해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이 책의 저자인 피터 홉커크를 비롯하여 발굴의 주인공이었던 6인들은 귀중한 고고학적 유물의 영구적 보존을 위해서 행해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6명이 벌인 발굴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 위대한 탐험정신의 승리와 탐험을 빙자한 문화재 대량 도굴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6명의 탐험가들이 목숨의 위협을 무릅쓰고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유물을 발굴하려한 동기는 랭던 워너도 말했던 것처럼 특정 나라의 소재를 떠나서 세계 인류의 공통된 문화재를 이교도나 주민들의 파괴에서 벗어나 가치를 영원히 보존하고 싶은 고고학적 윤리심과 같은 순수한 학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학문적 발굴은 학문적 발굴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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