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생의 근원 원리’ 즉 ‘생명 기억’을 으뜸 화두로 삼는다. 생명 기억이란 아메바의 들판까지 펼쳐진 생물의 산줄기를 무대로 유구한 세월에 걸친 진화의 흐름 속에서 조상 대대로 영위하고 자손 대대로 계승해온 것으로, 인간의 생명을 뿌리에서부터 단단히 지탱하는 것이다. 미키 시게오는 네 가지 맛을 본 경험에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현미의 맛에서 농경 시대를, 야자열매의 맛에서 옛날 수상생활을, 모유라는 실마리에서 알프스 조산운동을, 양수에서 고대 해수의 옛 정취를 떠올린다. 몸과 마음에 내장되어 있는 생명 기억을 떠올린 미키 시게오는 닭의 태아와 인간의 태아를 해부하며 그것을 실증해낸다. “이 태아들은 마치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줄거리를 달달 외듯, 옛 드라마를 찰나의 팬터마임으로 응축시켜서 변신을 거듭하며 몸소 보여준다.” 태아가 연출하는 변신의 상징극은 ‘생물의 세대교체’라는 파동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책은  일본 최고의 해부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이며, 사상가이기도 한 미키 시게오의 유작이다. 미키 시게오는 모든 생명체가 태곳적 우주의 리듬을 품고 있는 소우주이고, 인간도 본디 대우주와 공진하는 ‘생명 기억’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인간 태아 연구도 그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는 모유의 맛, 야자열매의 맛, 현미의 맛, 소금의 맛 등 태곳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네 가지 뿌리 깊은 맛에서 ‘우주 리듬’에 대한 영감을 얻어, 생명 기억과 생명 파동의 해부학적 근거를 모아 ‘리듬의 생명관’을 완성했다. 그가 남긴 필생의 연구는 서구 근대의 기계론적이고 실증주의적인 과학과 궤를 달리 한다. 그것은 오히려 도교의 ‘도’ 사상이나 불교의 ‘공’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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