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도 한 편의 연극과 다르지 않다. 내 이 모든 사건들이 연극처럼 느껴질 날이 오겠지. 세월이 이 모든 고통을 희석시킨 뒤, 그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가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모습, 아니 앓기 이전과 같은 모습이라면 지금의 아픔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내 삶의 무언가가 만들어 낸 병, 이 아픔을 충분히 앓지 못한다면, 온전히 겪어내지 못한다면 삶이 보내는 메시지를 놓치고 말 것이다. 그런 연후에라야 치유가 올 것이었다.

사실 이책은 암 판정을 받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저 막막한 마음으로 마주친 항암 치료의 긴 터널. 저자는 그 투병의 시간 동안 줄곧 외롭게 가는 길이 힘들어서, 안내하는 이 없이 겪는 투병이 혼란스러워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수술을 거쳐 길고 긴 항암주사의 터널을 지나 가슴 아픈 방사선 치료의 마지막 날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아주 세세히 적었다. 때로 비틀거리면서 때로 울면서,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 책은 암 극복기가 아니다. ‘치유의 길’로 가는 기록이다. 매 순간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운 환자들을 위해,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매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환자들을 위해, 그저 한 치 앞이라도 내 생명의 진행 과정을 알고 싶은 환자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병을 앓는 몸에 관한 기록, 건강을 어떻게 회복했는가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 생각들에 관한 기록이다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