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그곳이 어디든, 명분이 있든없든 누구를 위해서 싸우든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진다는용병.
우리에게 생소한 용병이라는 독특한 주제가 끌려서 산 책이다.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이 에피소드 식으로 (연대기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위스 용병, 프랑스 외인부대의 탄생 같은 얘기는 아주 재미있다.
임진왜란 이후 갈곳없는 일본인들이 당시 네덜란드 등의 동방 진출의 용병이 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직업 용병.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전환점마다 그 이면에서 활약을 벌였다.
유럽 최대의 경제위기인 14세기, 기사들은 영주를 위한 군역을 금전으로 대납하고 그 자신들은 기사용병으로서 돈을 벌어들였다. 십자군원정이 끝나고 졸지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전투 병력은 마침내 금맥을 발견했다. 도시국가들이 항쟁하던 14세기의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것은 프랑스군에 섞여 있는 다수의 용병, 특히 보병의 중심을 이루는 스위스 장창(長槍)부대였다. 피리와 북소리에 맞춰 힘차게 리듬을 타는 행진 방식, 원시적인 무대뽀 습관, 용맹함과 잔인함이 가득한 전장에서의 외침 소리 등, 스위스 장창부대원들은 세련된 르네상스 문화를 향유하고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 눈에는 말과 행동, 그 무엇 하나도 경악하게 만드는 외계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인 것이다.
척박한 산악지대인 스위스에는 강건한 남자들이 일할 곳이라곤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돈 벌러 타지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당시 대규모의 고용을 보장하는 최대의 산업은 단연 전쟁뿐이었다.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용병 모집에 응했고, 용병은 스위스 최대의 산업이 되었다. 그야말로 ‘피의 수출’이었다.
“스위스 병사를 분산시키지 않고 일괄해서 투입한다.”라는 프랑스와 스위스간의 용병계약은 점차 흐지부지되고 나중에는 스위스 병사들 간의 전투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스위스 용병부대를 관리하는 각 주정청의 자국민에 대한 배반이었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돈 때문에 모험심으로 싸운다는 사실이 씁쓸하고 서글펐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위대한 군주들에 의해 승리의 역사만을 보아왔을뿐이다.

용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