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인을 알아야겠지,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집었다. 저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 한국인의 선천적 감성을 미술 작품과 유물을 통해 밝혀내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병전(病前) 기질을 가지고 한국인과 일본인의 전반적인 특성을 설명한다. 한국인의 특징으로는 ‘매닉친화형’이라는 기질을 상정했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한국인에게 조증 기질이 있다는 말 같다. 월드컵 때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에 뛰쳐나오는 것도 조증 기질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조직에 순응하고 사회에 순응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한국인이 오래전부터 이런 성격을 보여왔다는 점을 많은 유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은 기본적으로 밝지만, 가끔 우울하기도 하지” 하고 말하는 정확도 100%의 점쟁이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한국인은 항상 혁신과 변화에 대한 욕구와 직면해야 하고 두 개의 성향을 오가는 와중에 독창적인 관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에너지 소모가 많고 안정적으로 무엇을 꾸려나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분석 중 <분청사기조화문편병>의 현대성을 논한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자는 분청사기의 꽃문양이 마치 모더니즘 화가 클레의 천진한 스케치 같다고 했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분청사기에 이런 재미있고 엉성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그리겠다는데 누가 뭐래” 하는 듯한, 사고의 유연성과 장인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도 매닉친화형 기질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강한 자부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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