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나리와 아기별>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바위나리와 아기별의 순수하고도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꽃 중에서도 바위나 돌멩이에 기대어 피어나는 바위나리와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아기별이라는 어리고 연약한 대상을 앞세워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 작품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만을 담고 있을까? 필자는 순수함 속에 감추어진 어른들의 가혹한 경고 메시지를 밝히고자 한다.

 

 아기별은 우연히 바위나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임금님 몰래 지상 세계에 내려간다. 바위나리가 안타깝고 또한 너무나도 귀여워서 아기별은 천상의 눈을 피해 바위나리와 달콤한 일탈을 즐긴다. 결국 아기별은 천상 세계의 규율을 어긴 죄로 캄캄한 바다 속으로 쫓겨나 홀로 빛을 내야하는 형벌을 받는다. 바위나리는 아픈 몸으로 유일하기 사귄 아기별을 기다리다가 혹독한 바람에 날려 죽음에 이른다. 작품의 표면만 살펴본다면 슬픈 비극으로 끝났지만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포장된 겉표지를 뜯어내면 순수함에 가려져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가혹함이 드러난다. 아기별은 천상의 규칙을 어겼지만 그 안에는 나름대로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 자신보다 낮은 곳에서 홀로 외로움에 울부짖는 바위나리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고 친구의 아픔에 자신도 아파했던 아기별의 고운 마음씨. 그러나 이러한 마음씨는 예외 없는 엄격한 규칙 적용으로 인해 철저히 짓밟힌다. 이것을 기반으로 했을 때, <바위나리와 아기별>에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 이면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너희가 어른들이 정한 규칙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결국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될 거야.” 순수함이라는 가면을 쓴 채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서서히 잠식해 들어오는 어른들의 경고는 너무나도 무섭고 가혹하다. 결국 아이들은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어른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 순종적인 아이로 자랄지 모른다.

 

 동화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를 쓰는 작가들도, 동화를 선택하는 부모들도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동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동화 속에 담긴 메시지가 지극히도 어른 중심의 이야기일 때, 이것을 수용하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 아닐까? 순수함 속에 감추어진 가혹한 진실. 이것은 동화가 아동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옛날 식민지 시대에도 이런 동화가 쓰였다니 놀랍기도 하고, 또한 그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