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어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념들을 진지하게 의심해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상천외한 실험을 감행한다. 연쇄살인범의 사주팔자를 연구한다든지, 네 살배기 아이에게 주식투자를 시킨다던지, 검은 고양이가 정말 재수가 없는지, 13일의 금요일이 정말 불운을 부르는지 등 엉뚱한 실험을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이 뒤집어지고, ‘설마 그러겠어’ 하고 짐작했던 것들이 진실로 밝혀진다. 이런 연구를 통해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주변의 영향 때문에, 인간의 본성 때문에 쉽게 저지르곤 하는 생각의 오류가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이런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허트포드셔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프로마술사다. ‘마법서클’의 최연소 마술사이기도 했던 그는 런던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면서 심리학자의 길을 걷는다. 그 후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년 동안 허트포드셔대학교 연구수석을 지냈다. 특히 그는 거짓말, 속임수, 미신, 행운, 웃음, 사랑 등 주류심리학계에서 다루지 못하던 독특한 주제를 다룬 걸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그의 실험과 연구들은 150개가 넘는 TV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지에 소개되었으며, 최근에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심리학자로 뽑히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기만과 자기기만], [웃음실험실], [행운의 요소], [왜 나는 눈앞의 고릴라를 못보았을까?]등이 있다.

이 책은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실험과 정말 그럴까?하는 놀라운 결론을 도출해낸다. 우리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는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유용한 도움을 주며, 덤으로 친지들과의 대화시 아주 재미있는 화제거리를 제공하게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이용하기 위해 간단히 요약해 보관하고 있다. 이 요약을 읽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꼭 책을 구해 읽어보기 바란다. 책에는 훨씬 더 많은 예화와 실험들이 있으니....

1. 정말 사주팔자가 인생에 영향을 미칠까?(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2001년 영국과학진흥협회에서 과학행사의 일환으로 금융점성술사와 투자전문가, 네 살배기 어린아이 등 세 사람에게 5000파운드가 있다고 가정하고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는 실험을 하였다. 회사 창립일만 알면 그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금융점성술사는 당연히 회사들의 설립일자를 조사한 후 투자를 하였으며, 투자전문가는 데이터를 이용하는 등 자신의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투자를 하였고, 어린아이는 그야말로 지 마음대로 종목을 골랐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어린아이가 1등을 하였다.

점성술을 믿는 사람들은 별자리가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예측가능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안정성 실험 즉 내향성이냐, 외향성이냐 하는 실험을 한 결과 사실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실험의 맹점은 대상학생들이 자신의 별자리를 알고 있었다는데 있었다. 그래서 별자리 자체를 모르는 아이들 1000명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아이들의 정서안정성은 별자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위 실험에 반발한 점성술사들은 12별자리는 대략적인 정보만 제공할 뿐이므로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연구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들의 유사성을 조사해 보았다. 이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점성술을 믿을까?

첫 번째로 ‘바넘효과(Barnum Effect, 일반적인 점괘를 자신의 점괘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보통 점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격특성이 두루뭉술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바넘진술이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아첨효과(flattery effect,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진술은 무조건 믿으려는 경향)’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거나 독립적으로 사고한다는 식의 진술을 쉽게 받아들인다. 황도12궁은 전통적으로 6개의 적극적인 자리와 6개의 소극적인 자리로 대별되어 있는데 각 개인에게 점성술을 얼마나 신봉하는지 실험해 본 결과 적극적인 별자리를 타고 난 사람이 소극적인 별자리를 타고 난 사람보다 훨씬 더 점성술을 신봉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소극적인 사람들의 특성보다는 적극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행운과 악운은 우연일까? 아니면 심리학적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신문 한 장을 받은 실험참가자들이 대충 신문을 훑어본 뒤 사진이 몇 개나 실렸는지 말하는 실험을 하였다. 그리고 그 신문의 반면에 걸쳐 “이 광고를 보았다고 실험자에게 말하면 100파운드의 상금을 주겠다”고 써 놓았는데 운 나쁜 사람들은 사진의 수를 헤아리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행운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운 좋은 사람들은 훨씬 더 느긋해서 이 광고를 알아보았다.

즉, 행운이나 악운을 만드는 것은 개객인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다. 운 좋은 사람들은 낙관적이고 정력적이다. 그들은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다. 반면 운 나쁜 사람들은 수줍음을 많이 타고, 재치가 없으며, 걱정이 많고, 새로운 기회에 폐쇄적이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병원의 야위안티 교수가 2004년 20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출생일과 심리적․육체적 행복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 자극과 흥분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름에 많이 태어나는 반면 친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겨울에 태어난 비율이 높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가장 타당성이 있는 설명은 태어날 때의 기온이 인성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겨울에 태어난 아기들은 여름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기들은 양육자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고, 모험도 훨씬 꺼리며, 따라서 행운도 적게 찾아온다.

저명인사들은 출생일을 속이는 경향이 있다. 여배우의 경우는 젊어 보이기 위해 속이지만 저명인사들의 경우는 뭔가 기념일 예를 들면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 새해 첫날,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속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유명인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거나, 방금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를 누구보다 먼저 보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심지어 학생들은 학교축구팀이 경기에 승리하면 자신과 연관지은 반면(“우리가 이겼어”) 패배는 자신과 격리하고 싶어한다.(“그들이 졌어”) 이런 것을 ‘반사영광’효과라고 부르는데 부자들과 유명인들이 1년중 가장 중요한 날에 ‘반사영광’효과를 누리기 위해 기꺼이 생일을 속일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2. 완벽한 거짓말은 없다.(거짓말과 속임수의 심리학)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두 번 정도 거짓말을 하고, 대하의 3분의 1에는 어느 정도의 속임수가 들어 있으며, 5개의 거짓말중 4개를 들키지 않고, 8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으며, 60퍼센트 이상이 적어도 한 번은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 이마에 Q자를 쓰는 실험

주로 사용하는 손의 검지로 자신의 이마에 Q자를 쓸 때 자기감찰 수준이 높은 사람은 Q를 상대방이 읽을 수 있게 그리고 가지감찰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기가 읽을 수 있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자기감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심을 갖는 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춤으로써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조작하는 데 뛰어나다. 다시 말해 그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반면 자기감창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상황이 달라져도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들이 행동은 내면적인 감정과 가치관에 따르며, 주위 사람들을 잘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거짓말을?숙하지 않다.

여러 실험 결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탐지해내는 능력은 우연에 맡기는 경우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거짓말쟁이들의 특징으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초조하게 손을 흔들어대며 자세를 이리저리 바꾼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거짓과 진실을 판별할 때 종종 보디랭귀지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지는 반면 언어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가설에 따르면, 시선이나 손동작은 통제가 쉬운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와 말을 하는 방식을 통제하는 것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뚜렷한 징표는 목소리와 단어 속에서 나타난다. 설명을 할 때 주요 세부사항들을 빼먹거나, 말을 하다가 멈추거나, 주저하는 빈도가 증가하거나, ‘나’를 언급하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거짓말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거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는 미세한 정보를 기억한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그 눈을 바라볼 때는 훨씬 선명해지는 반면 입을 바라볼 때는 희미해 진다. 그 이유는 인간의 눈이 세상을 두 가지의 아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리빙스턴 교수의 연구) 사람들은 무언가를 똑바로 쳐다볼 때 빛은 중심와라 불리는 망막의 한가운데로 비쳐든다. 중심 부위는 햇빛 등이 비치는 밝은 곳에 있는 물체를 보는 데 탁월하다. 반면 사람들이 곁눈질로 무엇을 볼 때는 빛이 망막의 주변부에 비쳐든다. 이 부위는 어두운 곳에 있는 물체를 잘 볼 수 있게 해준다. 다빈치의 그림은 망막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다. 다빈치는 광대뼈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모나리자의 입을 다른 부위보다 어둡게 그렸다. 그 결과 모나리자의 눈을 바라볼 때에는 곁눈질로 그림을 보게 되므로 그 미소가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모나리자의 입을 똑바로 쳐다볼 때에는 그림의 어두운 부분이 훨씬 더 또렷하게 보이므로 미소는 희미해지게 된다.

가짜 웃음은 광대뼈 근처의 협골주근(입의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근육)이 입술꼬리를 위로 끌어올려 웃음을 만들어 내지만, 진짜 웃음은 협골주근뿐만 아니라 두 눈 주위의 안륜근이 단단해지면서 눈썹은 아래로, 뺨은 위로 잡아당기게 된다. 그러면 눈초리 주위에 작은 주름들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사실을 밝혀낸 ‘기욤 뒤센’이라는 프랑스 과학자는 눈 주위의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대처 켈트너와 리앤 하커는 밀스 대학의 졸업앨범을 대상으로 거짓웃음과 진짜웃음을 지은 사람들을 판별하고 그녀들의 50년에 걸친 인생을 추적해 본 결과 진짜웃음을 지은 여성들이 평생 결혼관계를 유지한 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즉, 우리는 눈 주위에 잡히는 주름만으로도 사람들의 평생 성공과 행복을 예측할 수 있다.

캔터키 대학교의 심리학자 덴버러 대너는 200명의 수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다. 미국의 노터테임 수녀회는 수녀회에 들어오는 모든 여성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진술서를 쓰게 한다. 1990년대 초 대너는 1970년대 중반 수녀회에 들어온 수녀들의 진술서 180여건을 분석하여, ‘환희’‘사랑’‘만족’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몇 번이나 나오는지 셌다. 그 결과 이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수녀들이 다른 수녀들보다 10년 정도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연구들은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조작되기 쉬운지를 보여준다. 그저 권위의 힘을 빌려 있지도 않은 일이 있었다는 암시를 준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부인하지 못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기억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한다. 그러면 곧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우리는 허구를 사실로 믿기 시작한다. 그 힘은 너무도 강력하여 때로는 권위의 힘을 빌릴 필요조차 없다. 가끔은 우리 스스로가 완벽하게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이러한 자기암시의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 어느 음침한 장소에서 유령이야기와 함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유령이 진짜로 있는 것처럼 암시를 한 후에 어떠한 경험을 했는지 물어보면 다섯 중 한 사람 꼴로 으스스한 전율, 몸을 타고 에너지가 강하게 흐르는 느낌, 신비로운 존재의 실재감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철물점에서 50펜스짜리 청동 커튼고리와 2파운드 짜리 크롬 스위치줄을 사서 사람들에게 이 물건에 손을 올려놓게 한 후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런데 심리학자라는 사람이 나와서 색다른 느낌을 불어넣어 줄 물건들을 고안하여 테스트 중이라고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다시 물건들을 손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갖가지 효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만지니 긴장이 풀어진다는 사람도 있었고, 약간 따끔거리며 아프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하나의 물건에서만 효과가 느껴진다며 두 물건의 차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물건들에 가격을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훨씬 비싼 5파운드에서 18파운드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다음에는 흰색가운을 입고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와서 실험한 결과 사람들은 대략 15파운드에서 25파운드 사이의 가격을 불렀다.

3. 초능력,유령,저주파 연주회(미신과 초자연의 심리학)

토머스 스캐런 연구팀은 ‘13일의 금요일’에 교통 흐름, 쇼핑센터의 손님 수, 응급실의 환자 수 등을 살펴보았다. 약 2년의 연구 결과 ‘6일의 금요일’에 비해 ‘13일의 금요일’에 눈에 띌 정도로 교통 흐름이 줄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예민한 운전자들이 차를 몰고 나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3일의 금요일’에 교통사고가 무려 52퍼센트나 증가한 것이다. 이 연구가 한 병원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저 우연이었을 수도 있다는 가정아래 1971년에서 1977년에 핀란드 전체를 대상으로 유사한 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전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했고, 특히 여성의 경우가 그랬다. 이 운명의 날에 사망한 사람은 남자의 경우 단 5퍼센트였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무려 38퍼센트나 되었다. 연구팀은 운 나쁜 날이라 운전자들이 긴장한 탓에 사고율이 증가한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미신이 사람을 죽인다.

일본에서는 병오년을 악운의 해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 해에 태어난 여자이이는 팔자가 사납다며 남자들의 기피 대상이 된다. 1966년은 병오년이었다. 이 해의 출생률은 25퍼센트 감소했고 낙태는 2만 건 이상 증가했으며 여자 신생아들의 사망률은 다른 해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어떤 연구에도 미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일부러 그런 금기를 저지르는 클럽이 생기기까지 했지만 그 회원들에게는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런 미신이 시간이라는 시험대에서 살아남아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졌을까?

뉴기니, 독일, 이스라엘 등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위험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미신적인 행동을 드러냈다. 즉,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신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남녀공용의 헐렁한 스웨터로 실험을 했다. 사람들은 스웨터를 입는데 아무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대량학살자나 광신적 지도자같이 악의 화신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의 소유였던 것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가장 큰 반감을 샀다. 사람들은 이 스웨터를 입느니 차라리 개똥이 묻은(그래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스웨터를 입는 게 낫다고 했다.

1967년 밀 그램은 어떤 사람에게 소포를 전달하되 우편으로 부쳐서는 안 되고 대신 실험참가자들이 알고 지내는 사람 중 목표 인물과 친분이 있을 만한 사람에게 부치는 것만 허용한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단 6명만 거쳐서 그 소포가 목표인물에게 전달되었다. 최근에 같은 실험을 한 결과 겨우 4명만에 전달되었다. 이것은 그만큼 ‘작은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와 똑 같은 실험을 하면서 이번에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일반적인 운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그들 중 38퍼센트는 소포를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았고, 결국 소포는 목표인물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그 38퍼센트의 사람들 대다수가 스스로를 운이 나쁘다고 평가했었다. 그들에게 왜 소포를 부칠 수 없었는지 물었는데 대답은 알고 지내는 사람 중 소포를 보낼 만한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의 대답에 따르면 처음부터 운 좋은 참가자들은 운 나쁜 참가자들보다 소포 전달에 도움이 될 사람들을 훨씬 많이 앍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운 좋은 사람이 운 나쁜 사람조다 훨씬 더 작은 세상에 살고 있으며, 덕분에 ‘운 좋은’일과 만날 가능성도 극대화된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준다.

폐관된 극장에서 실험을 하였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극장 주위를 돌아다닐 때 느껴지는 특이한 현상을 기록하게 했다. 첫 번째 그룹은 그곳이 유령의 출몰지이므로 그와 관련된 현상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극장이 개수 중이니 둘러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평가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첫 번째 그룹이 두 번째 그룹보다 특이한 경험을 훨씬 더 많이 보고했다.

그렇다고 유령의 출몰이 이런 심리적인 현상뿐이지는 않다. 초저주파 불가청음이라 불리는 음파로 인해 유령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음파는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상당량의 에너지를 동반하여 기묘한 효과를 만들어 낸다. 즉,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호흡에 영향을 미치며, 구역질, 두통, 기침을 유발한다. 그리고 특정주파수의 저주파는 안구를 진동시켜 시야를 왜곡시키기도 하고 작은 물체를 움직이게도 하며 심지어 촛불을 깜빡거리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몇 몇 파이프오르간은 실제로 상당량의 초저주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는 교회에서 성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파이프오르간의 아주 낮은 베이스음에 반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

4. 누가 나를 조정하는 것은 아닐까?(암시와 선택의 심리학)

우리의 생각과 느낌은 우리의 인식 너머에 있는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이름은 우리의 자존심과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문장을 읽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과 기억력이 영향을 받는다. 가벼운 미소나 미묘한 신체 접촉으로 팁의 액수가 달라진다. 가게에 어떤 음악을 틀어놓느냐에 따라 우리의 지출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키가 큰 사람이 더 유능(자녀 없는 남자는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키가 3cm 정도 더 크다. 키가 큰 남자는 작은 남자보다 부, 권력, 섹스의 기회가 많다. 키가 2.5cm 커질때 마다 연봉이 789달러가 늘어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키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하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유능한 사람은 키가 크다고 생각한다.

킌즐랜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폴 윌슨은 자신의 동료학자를 학생들에게 소개한 후 그의 키를 추정해보게 했다. 그를 학생으로 소개했을 때 학생들은 그의 키를 165cm 정도로 추정했고, 강사로 소개했을 때에는 그보다 2.5cm가량 더 크게 봤으며, 전임강사로 소개했을 때에는 다시 2.5cm가량 더 크게 봤다. 그러다 그를 정교수로 소개하자 학생들은 그의 키를 175cm 정도로 추정했다.

똑 같은 죄를 지었을 때 추남보다 미남이 형량을 더 적게 받는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성형수술이 재범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는데 성형수술을 받은 죄수들이 그렇지 않은 죄수들보다 재수감될 가능성이 훨씬 더 적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일부 정책 입안자들은 외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전과자들의 재범을 부추기므로 그들의 외모를 바꾸는 것이 재범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치알디니는 성형수술은 재범 가능성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만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만 낮출 뿐이라고 말했다.

매력적인 사람이 나타나면 몸이 미리 알아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러나 더튼과 애런은 반대로 심장박동이 빠른 사람들이 매력적인 사람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으리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두 개의 다리 위에서 실험이 벌어지게 되었다. 낮은 데 매달린 튼튼한 나무다리를 건널 때보다는 높은 데 매달린 흔들다리를 건널 때 삼장박동이 빨라질 것이다. 흔들다리를 건너던 남자들은 여성 실험자가 다가갔을 때 무의식적으로 빨라진 심장박동을 다리 탓이 아닌 여자 탓으로 돌렸다. 그 결과 그들의 몸이 두뇌를 속여 그녀를 매력적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결과는 몸이 어떻게 뇌를 속이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삶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부 학자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으면 록 콘서트장에 가거나 롤러코스트를 타거나 공포영화를 보라고 충고한다.

남녀가 미팅을 할 때 대화 주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이야기를 할 때에는 9퍼센트의 남녀가 서로를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반면 여행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 비율이 18퍼센트로 올라갔다. 영화이야기가 성공확률이 적은 것은 남자와 여자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 남자들은 겉모습만 보고 여자를 쉽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빨리 결정을 내린다. 여자들이 내린 결정의 45퍼센트는 30초 안에 이루어진 반면 남자들의 경우에는 22퍼센트의 결정만이 30초 안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성을 유혹하는데 뛰어난 사람들은 상대가 스스로에 대해 특이하고, 재미있고, 기상천외한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는 말을 하였다.

애인구함이라는 광고로 한 실험에서 자신에 대해 70퍼센트, 상대에 대해 30퍼센트 정도를 할애한 광고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만일 광고의 70퍼센트 이상을 자신에게 할애한다면 당신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반면 70퍼센트 이하를 할애한다면 약간 미심쩍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남자는 여자가 어떤 것에 호감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이 무엇에 매력을 느끼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왜 그럴까? 남자들은 오직 여자의 몸에만 관심이 있으리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5.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라(유머와 웃음의 심리학)

최고의 농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장하는 인물들이 바보스럽고, 상황 파악을 못하고, 거만한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권위자를 바보로 만들기 때문에 독자들은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희극과 비극의 차이를 꼬집은 격언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맨홀에 빠지면 그건 코미디다. 하지만 만일 ‘내가’ 똑같은 맨홀에 빠진다면..... ”

특정집단을 비하하는 농담을 들은 실험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더 많이 그 특정집단을 평균치에서 모자라는 것으로 평가했다. 멍청한 금발미녀에 대한 농담을 읽은 금발 여성은 그렇지 않은 금발 여성들보다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시 말해 농담이 사람들의 자신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농담에 등장하는 고정관념이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6.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학)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선량한지를 평가해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들이 자신과 티인을 얼마나 능숙하게 기만하는지를 물어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착한지 악한지를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아예 자신이 착한지 악한지를 모를 수도 있다.

1997년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미국인들에게 누가 천국에 갈 것 같은지를 물어 보았다. 빌 클린턴은 52퍼센트,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60퍼센트, 테레사 수녀는 79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누가 응답자 87퍼센트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을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다양한 실험 결과(현금인출기에서 자기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져가는 경우, 대형서점에서 거스름돈을 더 받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 등) 대다수 시민들은 자신은 정직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상황만 허락되면 언제든 부정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실험을 작은 서점에서 하였을 경우에는 달랐다. 이전에는 모든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스름돈을 가져간 반면 이번에는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즉시 여분의 거스름돈을 돌려주었다. 나중에 거스름돈을 돌려준 사람들과 인터뷰 한 결과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서 돈을 훔치는 일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은 우리가 무엇을 주고 받을 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론 곧 유사성의 심리학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닉슨의 베트남 정책에 반대하는 20만명의 시위자가 모인 집회장에서 실험을 하였다. 닉슨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든 머리와 수염을 기른 남루한 차림의 남자가 아픈 표정을 지으며 도움을 요청하자 부근의 시위자는 시위대 밖으로 옮겨달라는 부탁은 물론 10Km쯤 떨어진 자기 집에 데려달라는 부탁, 심지어는 버스요금을 달라는 부탁에도 응해주었다. 그런데 머리와 수염을 단정하게 깍고 닉슨을 지지한다는 피켓을 든 남자가 같은 각본에 의해 도움을 요청하였을때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변했다. 도움을 주겠다는 평화시위자가 확 줄어버린 것이다. 이 연구는 바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자신과 나이, 환경, 차림 등이 유사할 때 사람들은 이타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종교인이 더 이타적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편지봉투를 이용한 실험에서 가톨릴신자와 개방적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봉투 중 각각 89퍼센트와 87퍼센트의 봉투에 우표가 붙어 있었다. 반면 보수적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봉투는 단 42퍼센트만이 우표가 붙어 있었다.

신학도들에게 선한 사마리안인의 우화(강도를 당한 남자를 도와주는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교를 해 줄것을 요청했다. 설교준비를 마친 신학도들이 설교장소로 이동하는 길목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남자(출입문에 기대어 구부정하게 쓰러져 있으며 신음과 기침을 하는 남자)와 마주쳤다.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설교를 하러 가던 신학도는 어떻게 하였을까? 놀랍게도 절반 이상의 신학도들이 그 남자를 그대로 지나쳐버리고 어떤 신학도는 그 남자를 타 넘어가기 까지 하였다. 이 각본을 약간 수정하여 또 다른 신학도들에게는 가능한 빨리 가야한다고 하였다. 그러자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는 신학도 비율은 단 10퍼센트로 떨어져 버렸다. 이 실험은 사람의 말고 행동이 어떻게 부조화를 이루는지, 삶의 속도가 인간의 배려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인구밀도는 친절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불친절한 이유는 과중한 ‘감각 과부하’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 휴대전화, 온갖 교통수단, 광고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 시스템은 우선 순위를 매기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정보를 처리한다. 이런 이론은 하나의 역설을 만들어 낸다. 사람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외로움과 고립감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또한 보행속도도 친절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즉 보행속도가 느린 도시일수록 친절도는 높아진다.

현재의 보행속도를 측정한 결과 10년 전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밀 그램의 감각 과부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실험결과는 세월이 갈수록 사람들이 타인을 돌보는 데 인색해지고,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더욱 소외감을 느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람들의 도움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작은 도움부터 청해야 한다. 작은 도움으로 큰 도움을 이끌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