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었다. 이번에 신간이 나온 김연수의 [원더보이]를 생각하며 숙제처럼 그의 책을 찾고 있었는데 며칠전부터 다니던 병원의 데스크에 이 책이 놓여있었다. 병원에 있는 친구가 보던 책이라고 하는데 31페이지에 노란 포스트잇을 붙여놓고는 잊어버려도 되는 책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끌리지 않았나보다.

 

친구가 마음을 떠나보낸 김연수의 책을 들고 밤마다 남편과 나란히 앉아 읽었다.

 

다소 무거운 대하서사소설이다.

 

처음엔 유럽어딘가를 연상케하는 갈색빛의 배경에 윗도리를 벗은 남자가 얼굴을 뒤로 젖힌채 서있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라 생각했었다. 어딘가 어둡지만 끌리는 사진이었다.

 

제목과 작가보다 표지에서 더 끌린 책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한장의 나체 여인의 사진에서 시작된다.

벌거벗은 서양 여인의 사진인데 그 자세와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의자에 앉은채 다리를 벌리고 웃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사진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아준다.경로는 알수 없지만 책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이 이 사진을 손에 넣었고 그 사진이 한장인지 여러장인지 모르지만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독일에까지 발견이 된다. 사진을 본 사람들의 운명이 스토리의 주제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의 암울했던 시대. 광주항쟁이 있던 시절, 데모가 일상인 대학교내의 학생회간부였던 주인공. 베를린에 가서 북한을 방문하려는 청년들을 위해 독일에서 상황을 봐주고 한국의 소식을 기다리는 역할인 예비대표의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한반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한반도 사람이란, 한국사람인지 북한사람인지, 둘중 어느 나라에 더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내가 태어날 즈음. 그리고 국민학교를 다닐 즈음의 어른들 이야기 이지만,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표면상에 드러나 있는 이야기임에도 우리가 모르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어른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땐 알면 다치는 일들이 많았던 거 같은데 그 모든 진실은 밝히지 않는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을 다 읽어내려가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책의 스토리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했다.

제목[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말은 완전한 문장이 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나는 그 문장을 완성시켜야 겠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그래도 따뜻한 곳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