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결혼을 하기로 하고 9월부터 신혼여행지를 고르기 시작했다. 늦은감이 없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꿈꿔온 신혼여행지로 난 그리스와 그의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를 점찍어 놓고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여행지는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그리스로 정해버렸다. 그리스로 가는 직항은 없기 때문에 여행사에서 비행기표와 숙소만을 정해두고 자유여행을 하기로 하고 예약을 하는데 예약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자마자 사람들에게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지금 그리스에 관한 뉴스를 봤느냐? 세계뉴스 말고도 9시 메인뉴스에도 나올정도로 그나라는 지금 심각한 상태다..

사실 정치 경제에 관한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 않는 나인지라 뉴스말고도 TV프로그램, 드라마 모두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나라에 무슨일이 일어난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예비신랑도 그리스는 지금 국가부도상태라 여행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냐는 말을 했고, 전 국민 시위가 일어지는 즈음에는 시내의 식당, 호텔은 물론이고 공항도 폐쇄,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도 폐쇄라는 말에 여행을 포기해야하는 생각을 들었다. 이런 사태는 여름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왜 여행사는 나같은 고객을 아무 고지없이 받은건지 야속하기만 했다.

 

그와중에 인터넷 카페 "유랑"에서 매일매일 그리스관련 뉴스만 검색하던 나는 약간의 안도를 하게되었는데, 대규모 시위가 있는 날만 아니면 여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뿐아니라 내가 주목적으로 갈 곳인 산토리니는 시위는 먼이야기라고 할정도로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우린 결혼을 하고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다.

5박 7일간의 여행중 비행기에서 이틀, 산토리니에서 삼일, 아테네에서 이틀을 머물고 돌아왔다. 아테네는 그리스의 수도이지만 관광지의 거리는 걸어다녀도 될 만큼 가까운 수도였고, 우리가 묶었던 호텔도 너무 친절했으며 낮부터 저녁까지 경찰이 곳곳에 상주하고 있어 돌아다니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길거리가 더럽고 청소가 덜되어있었으며 큰 도로가 아닌 골목은 밤에 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막고 구걸하는 건 아니었지만 두루 돌아다니는 걸인들이 많았다. 비행기는 연착된적은 없지만 역시나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무사히 여행을 끝마칠 수 있어 좋았고 더러운 도시 아테네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산토리니의 아름다운 섬과 자연은 나와 신랑을 충분히 행복하게 해주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이 [부메랑]을 접했다. 왜 그때 내가 그리스에 대한 여행을 고심해야 했는지 그 이유가 이곳에 써있었다.

아이슬란드. 그리스, 아일랜드, 독일, 미국을 직접 여행하며 그가 느끼고 공부하고 알아온 지식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같은 그리스 여행자에게 아주 쉽게(?), 아니 쉽지많은 않게 전달하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경제서이다. 금융위기와 국가 부채에 대한 보고서다.

하지만 뉴스도 보지 않는 나같은 경제바보가 여행한번 다녀왔다는 이유로 그 나라에 관심을 갖을 때 더 와닿을 수 있는 친절한 경제서가 되었다. 사실 그가 경제패러다임, 시스템, 국가 공무원들의 비리에 대해 떠들어 댈때 나는 아무리 눈썹사이를 찡그리며 읽어봐도 이해되지가 않았다. 단지 그가 어느 나라에 갔고 그 나라의 몰락배경을 파헤치는 동안 있었던 에세이같은 이야기가 더 재밌고 흥미로웠다.

 

부메랑. 사랑은 다시 돌아오는거야!!! 가 아니라 뿌린대로 거두리라.

너의 과잉과 탐욕은 더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너를 몰락시키리라.

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리스가 그토록 힘들게 살게 된 이유에는 국민들의 불 투명한 세금제도와 그모든걸 조장한 나라의 장들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역시 비리와 부패는 언젠가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을 나같은 단순한 여행자에게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한국의 IMF를 무사히 벗어나게 되었다 해서 안심하면 안될것이다. 많은 가정의 붕괴와 불쌍한 아버지들의 죽음을 우리 시대가 십여년전에 피부로 느끼고 힘들어 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