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래서 알랭 드 보통이 좋다.
그의 책을 좋아하고 그의 글을 좋아하고, 그의 문체를 좋아한다.
2009년 여름 알랭 드 보통에게 공항에서의 글을 쓸 기회를 준 히드로 공항의 관계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항의 겉모습부터 우리가 모르는 공항내부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의 구석까지 모두 그의 일터였다.
21살에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하면서 공항에 갔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여기저기 삼엄한 경계를 하는 경찰들이 곳곳에 있다.
 다만 나는 티켓팅을 하러 항공사 직원에게 가서 내 여권만 들이밀면 되는건데 그 크고 탁 트인 공간안에서 나 하나 작은 생물이 움직인다고 아무도 신경쓸사람이 없건만 나는 주위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을거란 착각에 휩싸여 있었다.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어디로 떠나는 거냐고 물으면 바로 반기어 "처음으로 일본에 가는 거에요!! 오늘 공항에도 처음 온거구요!!"하며 자랑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나는 수많은 공항 인파들 중 하나일뿐이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티켓팅을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서면 바로 내가 든 모든 짐과 옷을 검색받아야 한다.
그래야 저기 저 밝고 휘황찬란한 면세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다. 그러면 며칠전에 미리 주문한 면세품을 은행창구 같은 면세품인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줄에서 기다릴 수 있는 거다.
처음 비행기에 들어서서 창측에 앉은 기쁨에 창문밖에 보이는 비행기의 날개부분을 사진으로 담고 포근한 구름도 쇼윈도에 걸린 물건처럼 사진을 찍을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그 모든 과정을 직접 겪고 직접 관찰하여 여행의 여정을 담아냈다.
다만 공항내에서만의 여정이다.

여행을 끝내고 한국땅에 닿아 내국인 수속을 마친후 이탈리아에서 네덜란드를 들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의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찾기 위해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하나둘 씩 없어지는 걸 바라보았다. 결국 남겨진 사람은 나와 수트를 입은 남자 회사원하나.
결국 유럽발 비행기를 타면 으레 겪는다는 짐 잃어버리기.
내 캐리어가 아직도 로마에 있다는말씀?
공항 직원에게 대전의 우리집 주소를 써낸 후지만 그래도 없어질라구.. 하는 맘에 걱정은 없다.
설마 정말 없어질라구...ㅋ

그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 구나 하며 감탄을 하고 입국장으로 나오는데 사랑스런 나의 달이가 나에게 달려온다,ㅋ
새벽부터 3시간여의 버스를 타고 2시간을 손수 싸온 도시락을 들고 나를 기다려준 달.
한국에 도착하면 그동안 먹지못한 밥이 생각날까봐 도시락을 싸왔단다.
그와 함께 공항 밖 벤치에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공항은 나에게도 어떤 평생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공간이다.

그와 함께 공항에서 사진을 맡은 리처드 베이커의 사진들은 멋진 풍경사진이기도 하고 또 토익시험의 듣기평가에 나오는 그림문제같기도 하였다.
순간포착의 매력이랄까..
하지만 멋진 건축물 히드로 공항을 언젠가는 꼭 한번 가고싶은 곳으로 지정해놓을 만했다.
진지하지만 냉소적이지만 유쾌하며 사랑스러운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또 읽을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다.
어서어서 그의 신간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