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세번째 책까지 읽은 지금...

난 살짝 난관에 봉착했다.

사실 첫번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두번째 도련님에서 느낄 수 없었던....무척이나 여운이 많이 남는 문장들로 구성된(?) 세번째 풀베개는 앞으로 읽게된 후속작들이 '점점 어렵게 느껴지면 어쩌지..'란 우려를 안고가게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읽을땐 '그래...아니 이런 표현을..'하면서 감탄하곤 했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고 하니...어디서부터 어떤 문장들을 좋다고 써야할지 애매하게 만든 것이다...

왜냐구? 써보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물론 누군간 그렇게 말할 거다...행복한 고민이라고...

문장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시적인 묘사로 그 시적인 묘사가 상상을 통해 머릿속에 실현될때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되고...그래서 이 책 전부를 옮겨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때가 있었으니..

물론 다 옮길 수도 옮겨서도 안되겠지만...

여튼 그렇게 읽어내려간 풀베개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나라는 인물이...왜 그렇게 그림을 그리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세상에 속해 있어야하나 속하고 싶지 않은 그런 감정을...다른 어떤 것도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세속을 좀더 가치있게 보는 눈을 가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나란 생각도 들었다.

다른 책들고 유사한 점이라면 역시 나라는 인물이 구체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냥 화자로 주변을 묘사하고 사람들을 대하고 만나고 ....

다만 앞의 두권에 비해 조금은 비꼬는 듯한 말투가 상당히 유해졌다고 느껴지는 점이 차이라고 해야하나...

앞선 두권의 책에선 화자로 등장하는 고양이와 도련님이 굉장히 시크하고 쿨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느껴지는 반면에 이번 풀베개에 등장하는 나라는 화공은 세상을 비평하는듯 하나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려는 부분도 굉장히 많이 보여지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 점이 보일때 마다 앞선 두 주인공보다 살짝 빈약한 듯한 느낌이 들어 안쓰럽다고 해야하나...물론 굉장히 관조적인 느낌의 사람임과 동시에...역시 그림그리는 나라서 일까...섬세한 면도 보여 그런 점은 참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면...역시...꽃이 연못위로 떨어지는 부분을 설명한 그곳이 아니었나 싶다.

• 보고 있으니 빨간 것이 물 위로 뚝 떨어졌다. 고요한 봄에 움직인 것은 그저 이 한 송이뿐이다. 잠시 후 다시 뚝 떨어졌다. 저 꽃은 결코 지지 않는다. 무너진다기 보다는 단단히 뭉친 채 가지를 떠난다. 가지를 떠날 때는 한번에 떠나기 때문에 미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떨어져도 뭉쳐 있는 것은 어쩐지 독살스럽다. 또 뚝 떨어진다. 저렇게 떨어지는 동안 연못의 물이 붉어지리라 생각했다. 꽃이 조용히 떠 있는 근처는 지금도 약간 붉은 듯 하다. 또 떨어졌다. 땅 위에 떨어진 건지, 물 위에 떨어진 건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조용히 뜬다. 또 떨어진다. 저것이 가라앉는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해마다 남김없이 떨어지는 수만 송이의 동백꽃은 물에 잠겨 빛깔이 풀리기 시작하고 썩어 진흙이 되고, 이윽고 밑바닥에 가라앉는 것일까. 수천 년 후에는 이 오래된 연못이,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떨어진 동백꽃으로 메워져 원래의 평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커다란 꽃이 피를 칠한 도깨비불처럼 떨어진다. 또 떨어진다. 뚝뚝 떨어진다. 한없이 떨어진다.

떨어진다는 의미가 어떻게 보면 안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허나 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뭉쳐서 떨어지는 것이니...한송이가 온전하게..지지않고 떨어지는 것이니....뭔가 완성을 하고...마무리 되어 완전히 독립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붉게 물들어서...완연해져...떨어져 나오는 결과물!!!

그래서 동백꽃이 떨어지는 부분의 묘사가 무척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완성하였으니..떠나라...라는 의미처럼...어라..갑자기 "넌 이제 배울 것이 없으니 하산하여도 좋다.."라는 표현이 생각이 난다..

풀베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다. 주변을 잠시 묵묵히 둘러봐라...그리고 필요한 것에 대해 묵묵히 해나가라..그런 의미의 작품말이다..

그래서 감사한다...

그리고 2013년의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만난 것이 무척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