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를 너무 재미있게 봤었어서 새롭게 해석한 홍길동전은 어떨지 궁금했다. 홍길동전도 영화화 되려나.. ^-^a

 

"운명은 정해진 것인가요?" "운명이 정해졌다고 생각하느냐?" "예." "운명이 정해진 것이라면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이냐? 운명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서 지각이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네가 태어나면서 천출인 것은 하늘이 정해 주었지만 일생의 운명은 너 자신이 이루어가는 것이니,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자는 스스로 그렇게 살아갈 것이로되, 스스로 마음 먹고 행한다면 어찌 운명을 바꿀 수 없겠느냐." - 길동과 스승이자 장인인 혜손과의 대화 (P122)   "장인어른, 어떻게 하면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잘할 수 있겠습니까? 전 잘 모르겠습니다." "먼저 네 그릇의 크기를 키워라. 사람의 그릇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말이다. 깨어 있는 사람은 자기의 그릇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법이다. 마음이라는 것은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느니. 오르고 또 오르면 반드시 오를 수 있는 것처럼,  바다보다 더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면 어찌 바다보다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없겠느냐? 공부하고 정진하여라.  그리하여 네 마음의 그릇을 크게 한다면 자연히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요, 마음을 다스린 이후에는 천지의 사물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른바 사물의 진면목을 알게 되고 진리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면 복잡하게 얽힌 것 같은 세상의 모든 이치가 평범하다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 길동과 스승이자 장인인 혜손과의 대화 (P140)   "제 그릇이 도적의 그릇입니까?" - 길동 "허허허, 도적의 그릇이란 대체 무엇인가? 대저 하늘이 낸 큰 도적은 천하를 훔치고, 그보다 작은 도적은 나라를 훔치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利)를 취하고자 하는 도적의 그릇이 있으니, 나도 자네도 예외는 아니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도적의 그릇이 있으되 자네는 어떤 그릇을 가지고 있는가? 난 이 나라에서 벼슬한 신하로서 임금께 충성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못한 불충불효한 자일세. 내가 어찌 하늘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내가 조강에서 신을 벗어 놓았을 때 이미  내 그릇은 깨어져 버려서 무언가를 담을 수가 없게 되었네." - 길동의 사형 정희량 "천하에 제일 큰 도적은 천하를 훔친 자라고 하지만 내가 백두산 심산유곡에 틀어 앉아 몇 년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천하를 훔친  도적은 욕심이 제일 큰 자일 따름이었네. 백성들을 유익하게 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일어선 자들은  영웅이 아니라 대개 욕심 많은 자일 따름이네. 그들은 겉으론 대의를 말하지만 속으론 권력의 맛에 취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밟고 일어서 천하를 움켜쥐었네. 그런데 그런 자들의 끝이 어떠하였나? 욕심에 눈이 멀어 가족과 형제를 죽이고, 친구와 동료를 죽였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 것, 고귀한 임금이나 천한 백성이나 죽어 이 땅의 흙이 되긴 마찬가지인걸. 하여 나는 그들을  대도(大盜)라 생각하지 아니하네. 진정한 대적(大敵)은 욕심이 없는 자일세. 정 선생의 말을 좇아 그동안 이 산채를 맡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자연에 있었으니 내가 갈 길도 내 그릇도 이미 정해져 있었네. 모든 것이 자네 그릇만 못하기에 자네에게 모두 넘겨주려고  이렇게 기다리던 것일세." - 허웅(위한조) - P310~311

 

 

홍길동전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접했던 이야기라 줄거리를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옛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는 것 같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되어 있는 유명한 도적 홍길동!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유명한 도적이 아닌 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그의 이야기 속 홍길동은 홍길동이되 기존의 홍길동보다 더 큰 인물이 되어있었다.

 

문득.. 분명 환술에 대한 부분은 거짓이겠지만, 이야기 속의 홍길동과 실제 홍길동이 얼마나 같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활빈당은 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정착했을지, 그곳이 어디일지..!! 뒷부분에 대해서는 남겨진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아쉽다.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홍길동전은 허균이 실제 홍길동이 태어나기 100년 전 쓴 소설이란다.

실제 홍길동은 1440년 전라도 장성현 아치실에서 태어났고, 첩의 자식이라는 점, 도적이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대마국을 세웠다기보다 실제로는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 있는 오키나와에서 나라를 세워 지배했단다.

그렇다보니 일본에서 홍길동의 자료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홍길동의 나이 70세에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는데,

지배기간(1500~1612)은..?! 홍길동의 자손이 대를 이어 지배를 했나;; ^-^;

 

아무튼 실화라기보다는 역시 역사소설이었던 홍길동.. 실제 인물은 어떤 인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100년전 소설 속 인물과 비슷한 배경을

지니고 태어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에는 내가 기억하던 기존의 홍길동전과는 달리 스승을 만나게 되는 과정과 스승의 딸과의 결혼, 그리고 길동의 아들 경동의 존재,

그리고 팔도 도적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과 활빈당의 사람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기 전 임금과의 대화 등..

큰 맥락은 같았지만 좀더 자세하고 깊이있는 내용이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지루함없이 참 재미나게 술술 읽혔다.

 

옛 시대나 지금이나 양반과 평민으로 나뉘어지던 것이 재력과 권력을 움켜진 자들과 그렇지 못한 시민들로 나뉘었을 뿐,

길동이 꿈꾸던 차별없고 평등한 세상, 백성들이 주인이 되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나날이 늘어나는 지능적인 범죄와 묻지마 범죄를 생각하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힘들고 피폐해진 세상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적, 홍길동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