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이웃 블로거 분들의 서평이 자꾸 올라오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서평들을 읽다보니.. 문제가 있는 부모와 그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격이 없는 부모와 그 부모 밑에서 커야하는 아이들.. 제도적으로 무슨 방법이 없는걸까? 아이들에 관한 범죄와 학대를 일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다보면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실제로 이런 일이 없으리란 법이 없기에 더 그렇다. 아니.. 어쩌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이 더 무섭고 섬뜩할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닥친 불행엔 가슴이 아팠고, 불행의 원인인 아빠의 등장엔 분노가 치솟았으며, 에밀리와 그녀의 가족이 아이들과 함께 이뤄낸 기적과 희망에선 감동을 받았다. 저녁 소화 시킬 시간에 조금 읽다가 잘까 싶어서 책을 펼쳤던건데, 손에서 책을 떼놓지 못하고 결국 끝까지 읽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책의 주인공 샘과 그의 동생 리들은 범죄를 일삼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환청에 시달리는 폭력적인 아빠가 그들을 엄마에게서 납치해 집을 떠나는 바람에 수십곳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엄마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이들의 실종신고를 내지만, 사실 그 엄마에게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된 문제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거기다 경찰은 더디기만 한 아이들의 실종 사건보다 급한 사안들을 먼저 처리하라는 신임 경찰국장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을 찾는 일은 뒤로 미루기만 했고, 아이들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녀의 엄마 그러니까 아이들의 할머니 역시 뇌졸중으로 사망하자 아이들을 찾는다 해도 갈곳이 없기에 사실상 미제사건이 되어버린다. 어떻게 아이들의 실종사건이 최우선이 아니란 거지? 정신질환자 아빠에 의해 납치된 아이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하는건가? 휴.. 멀쩡하게 잘 지내던 아이들을 납치해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않으면서 전국을 떠돌며 학대를 일삼는 아이들의 아빠 클레런스 같은 사람에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나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권리는 애초부터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보호하고 사랑해주며 제대로 키울 수 없다면 말이다.

 

아무튼, 17살로 성장한 샘. 어린시절엔 워낙 영특했던 샘이지만 학교를 보내주지 않는 클레런스 때문에 동생 리들과 함께 먹을 것을 찾으러 저녁에 외출할 때 외에는 대부분 집에서만 지낸다. 유일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일요일, 교회가는 날만 제외하고는.. 맥시코에 거처를 잡은 어느날, 그곳에 있는 큰 교회에 갔다가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첫눈에 눈빛만으로 서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 하지만 샘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를 잊지 못한 소녀 에밀리는 그뒤부터 그를 찾기 시작한다. 머리를 자르기 위해 모델을 구하는 미용실을 찾아간 샘과 리들. 그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그들의 사진을 광고로 활용한 미용실은 잘 생긴데다 신비스러움이 묻어나는 모델같은 샘 덕분에 활기를 띄게 된다. 그리고.. 샘을 찾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같은 학교 인기남 보비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던 에밀리는 우연히 신문광고에서 샘의 사진을 보게된다. 들뜬 마음도 잠시 약속했던 데이트 때문에 친구 커플과 보비와 함께 식당에 들어갔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샘을 발견하고 달려나간다. 다음날 저녁, 만나기로 약속을 한 두 사람.

 

그렇게 샘과 에밀리는 서로에게 빠져들고 에밀리에게 가는 관심을 차단해보려 애를 쓰던 샘은 자신의 감정에 손을 들고 에밀리를 만나러 가게 된다. 처음엔 샘을 탐탁치 않아했던 에밀리의 부모 팀과 데비는 우연히 발견한 샘의 음악적 재능과 진솔함에 그를 받아들인다. 팀과 데비는 샘의 부모를 만나는데는 실패하지만 동생 리들과 만나는데는 성공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데비는 첫눈에 리들의 상태를 알아본다. 언어적 문제와 천식으로 약간의 자폐적 성향을 보이는 것 같아 보이는 리들. 데비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리들에게 의료적인 도움을 주고, 대학에서 음악교수로 일하는 팀은 천재적인 샘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의 음악성을 키워주려 한다. 점점 에밀리의 가족과 동화되어 가는 샘과 리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클레런스에게 발각되어 그곳을 떠나게 된다. 클레런스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던 아들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또다시 환청에 시달린다. 산속으로 차를 몰던 클레런스는 아이들을 죽이려 총을 들고, 샘은 그런 아빠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이다 낭떠러지로 구른다. 그런 샘을 구하려 뒤이어 낭떠러지로 뛰어드는 리들.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형제는 에밀리와 그녀의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한다.

 

 

팀과 데비 부부.. 정말 멋있다. 그들 덕분에 샘과 리들이 제대로 된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그건 에밀리 덕분이긴 하지. 사랑의 힘이란!! >_<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 샘과 리들과 같은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지 않기를.. 학대를 일삼는 클라렌스 같은 사람에게선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기를.. 빌고 빌어본다.

태양을기다리는아이들, 문학·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