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를 보고 돈키호테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은 짐작을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한 여행 에세이라는 것은 책을 휘리릭 들쳐보고나서야 알았다. 아.. 이런 여행도 가능하구나.. 좋아하던 작품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작품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좀더 내것으로 만드는.. 그런 여행! 그런데 문득 내겐 이런 여행을 떠올리게 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문학을 너무 멀리했던가? 언젠가는 좀더 문학으로 손길이 가겠지.. 그땐 이런 여행을 떠올리겠지..

 

책을 읽다보니 돈키호테가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어릴때 읽고는 그저 코믹하고 황당하기만 했던 돈키호테가 이렇게 다른 느낌이 되어 돌아오다니.. 신기했다. 사실 그땐 너무 황당한 캐릭터라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저 읽고 넘어갔을 뿐.. 그런데 그의 흔적을 따라 가면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발췌해서 이해를 도왔고, 돈키호테가 쓰여진 배경이나 작가의 생각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놓아 어떻게 보면 돈키호테라는 작품의 해설집처럼 느껴지는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돈키호테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지금도 여러 공연과 영화, 책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돈키호테가 사랑받는 이유를 왠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아마도 어떤 상황과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했던 그 모습을 그리워하는게 아닐까? 다시 한번 제대로 돈키호테를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실존인물과 작중인물이라는 차이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보았듯이 사람들은 실존인물이었던 세르반테스보다 작중인물인 산초를 더 리얼하게 자기들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동일시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산초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그 무엇이 있듯이. 나는 돈키호테와 나 자신을 동일시할 만한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풍차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여전히 거인'으로 보는 돈키호테와 나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심상의 강렬함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리하여 '풍차의 날개를 향해 창을 지르는 순간 너무나도 세찬 바람에 풍차가 움직이면서 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잇따라 말과 기사도 휩쓸려들어가 높이 떠올랐다가 들판에 내동댕이쳐졌다' 하는 장면은 풍차의 날개가 날아든 차오가 기사의 몸뚱이를 내팽개친 광경이지만, 창을 꽂은 장열한 투혼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해를 가할 수가 없었다. 창은 부러지고, 기사는 내동댕이쳐져 팔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뼈가 부러졌지만, 그것은 불꽃처럼 타오른 기사도 정신을 증거하기에 충분했다. 산초의 건전한 상식은 오히려 너무 건전해 우둔한 유머가 된다. "제가 뭐랬어요. 무슨 일을 할 때는 잘 살펴 하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 P 165-167

 

동일시 할 수 있는 그 무엇. 돈키호테와 산초에게서 내가 동일시 할 수 있는건 무엇일까. 이상주의자인 돈키호테에게서는 그의 무모하기까지한 도전 정신과 굽히려 들지 않는 신념을, 현실주의자인 산초에게서는 지극히 현실을 바라보는 그 시각을 동일시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황들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지금의 삶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도 돈키호테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자세한건.. 돈키호테를 다시 읽어보고 생각해봐야겠다.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싶어도 너무 오래전에 읽었던 탓인지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더 이상 생각은 불가능 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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