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여행 에세이 한 권.. 오늘처럼 극도록 피로한 날.. 여행 속 감성을 선물하며 한층 피로감을 풀어준 책이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모습과 사진 속 풍경은 높은 습도와 더위 때문에 짜증으로 가득찼던 내 마음을 가라앉혀주기도 했다. 이럴때면 여행은 내 삶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책은 크로아티아의 다양한 도시들을 여행하고 돌아온 이야기였다. 그 도시들은 빠름이 아닌 느림을 주제로 삼고, 조용히 사색도 하고, 생각에도 잠기고, 그저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만 해도 좋을 여행지인 것 같아 보인다. 여행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성수기도 피할겸 조금 미뤄두었던 휴가가 다가오고 있어서 나도 빨리 여행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도 못했지만.. 뭐.. 닥치면 어떻게든 떠나게 되겠지!!! (하지만 사실 이렇게 대책이 없기는 처음이다;;)

 

 

처음 해외로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자는거, 먹는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살면서는 너무 사소해서 단 한번도 걱정조차 하지 않았떤 모든 것들이 걱정됐고 두려웠다. 가장 두려운 건 의사소통이었다. 만국공통어라는 영어도 사실, 안 통하는 나라가 더 많다. 게다가 여행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영어는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여행을 한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는 입술이 아닌 눈으로 할 때, 더 진실되고 많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 P 36

 

몇년 전, 가족 여행으로 세부를 갔을때가 생각이 났다. 단어 몇가지와 통으로 외우고 있던 짧은 문장만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물론.. 리조트 내에 한국인 스텝이 있어서 왠만한건 그녀를 통했기에 가능하긴 했지만, 밖에서의 일은 모두 내가 앞장서서 해야했기에 긴장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했다. 아니.. 많은 영어를 쓰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바를 알아채주었다. 손짓과 눈빛이 통했다고 해야할까?ㅋ 그래서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여행을 못가고 있는 지인들을 보면 이야기 해주곤 한다. 영어 못해도 충분히 여행은 가능하다고.. 나도 그랬으니까!!!

 

우산 하나 받쳐 들고 비 내리는 새벽 거리로 나왔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 깨어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도시 전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거닐다 보니 항구까지 왔다. 요란한 하늘에 비해 바다는 번개가 번쩍일 때만 그 모습으 드러낼 뿐 잠잠했다. 허공을 향해 사진기를 들었다. 우산 밖으로 나간 손등 위로 빗물이 떨어졌다. 사진기에 물이 들어갈 것만 같아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딱 한 번이었다. 그 순간 번개가 쳤다. 정확히 사진기가 향한 방향이었다. 어리둥절했다. 확인해 보니 정말 번개가 담겨 있다. 단 한번의 촬영으로 번개를 찍은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다. 선물 같았다. 여행사진이란 그런 것 같다. 미리 준비를 할 수 없고, 일부러 계산도 할 수 없는, 한 순간의 찰나. 그것은 행운이자 신이 주는 선물이다. - P 68

 

일부러 찍으려고 한게 아닌 번개 사진 한장.. 진짜 번개 사진은 찍히 힘든 사진 중 하나일텐데.. 그 사진은 책 속에 나와있지 않아 궁금했다. 저자의 다른 책에선 볼 수 있으려나?ㅋ 나도 여행가서 번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률이 몇 %나 될까?ㅋ 계산되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사진 한장.. 멋있을 것 같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우연히도 보물같은 사진이 찍힐 때가 있다. 사진첩 하나를 그런 보물같은 사진으로 채울 수 있을만큼..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거나, 미뤄두고 쌓아뒀던 영화와 책을 실컷 본다거나,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운다거나, 어디든 좋으니 일단 여행을 떠난다거나, 뭐든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려고 할 것이다. 삶의 계획표에 '혹시 모를 무언가를 대비한 시간'을 넣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 P 115

 

3일.. 난 과연 무엇을 할까? 왠지 그때그때 내게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 같다. 지금 같아서는.. 하루는 종일 잠만 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니까;; 그게 아니라면.. 난 아마도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캠핑을 갈 것 같다. 최대한으로 즐기기 위해!

 

명소라서 사람들이 찾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명소가 만들어지겠지만, 가끔은 생각해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고 꼭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다수가 인정하는 명소보다 나만의 명소가 더 애착이 가는 이유다.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겐 아무리 유명한 해변이라도 시큰둥한 장소일 뿐이다. 사람마다 선호하고 가보고 싶어하는, 마음에 품은 곳은 따로 있는 셈이다. 가고 싶은 곳을 가야 하고 가고 싶지 않은 곳은 가지 않아야 한다. 여행을 자유라고 말한다면 그래야 한다. - P 265

 

아.. 이 말에 정말 많이 공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여행지마다 꼭 들여야하는 코스로 지정되어 있는 곳 중에 몇 곳은 나에게 명소라고 하기엔 그닥 감흥을 주지 못한 곳들이 더 많았다. 맛집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우굴우굴 하길래 맛있는 곳인 줄 알았더니 맛은 그냥 그렇고 서비스는 엉망이고.. 이런걸 봤을때 딱히 '명소'에 휩쓸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하는 여행이니만큼 내가 원하는 장소가 '명소'가 될 수 있으니까!!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일까? 낯선 장소가 주는 낯선 설레임이 그리울 때가 많다. 계곡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안됐음에도.. 이래서 여행도 중독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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