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되자마자 많은 분들의 집중 관심을 받은 책이라 나 역시 저절로 시선이 머물렀던 책이다. "<64>는 뭘 의미하는 걸까?"라는 궁금증과 호기심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출간하기까지 10여년의 세월과 수많은 개작을 통해 완성 되었다고 한다. 지난 12년 동안의 기자생활을 경험으로 현장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섬세한 스토리 전개는 여느 소설에 비해 압권이다. 꽉짜여진 스토리 전개가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 너무 디테일하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궂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부분까지 디테일한 설명을 덧붙여주니.. 중반이 될때까지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매우 더뎠다. 어쩌면 내용이 예상했던 스릴러라기보다 경찰 내부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라 더 더디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베테랑 형사 미카미는 오랜 형사 기간을 뒤로 하고 홍보담당관으로 배치되어 어색하기만 한 자리에 적응 중이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않는 경찰서와 언론사와의 사이에서의 정보조율이란 쉽지가 않았다. 일도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출한 딸도 걱정이라 미카미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런와중에 약 14년전 7살짜리 여자아이의 유괴 살인사건으로 일명 "64" 란 기호로 아직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의 담당형사들에 대한 격려,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위로를 전하고자 경찰청장의 관내로의 방문이 예정되어있다. 이 사건은 쇼와 64년 발생된 강력범죄로 현금 2000만엔을 빼앗기고 인질이었던 여자아이가 살해되었던 사건이다. 미카미 또한 형사로써의 현업시절 몸담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미카미는 이번 경찰청장의 방문을 계기로 피해자 가족을 다시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막상 만나게 된 피해자 가족의 태도에서 무언가 미심적은 부분을 느끼게 되고, 그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보게 된다. 그렇게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은폐된 진실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 그리고 그것에 얽혀있는 권력다툼은 피해자 가족의 태도가 왜 그랬는지를 알게해준다.

 

 

조직에서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 가치는 보장될 수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실제 "64"로 불리우는 살인 사건의 범죄자와 그를 쫒는 경찰과의 내용이 아니며, 숨막히는 추격전이나 명쾌한 해결법을 제시하는 추리소설이 아닌, 범죄를 예방하고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경찰 조직내에서의 인간적 갈등을 담고 있었다. 조직의 권위와 개인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하는 사람들과 양심적 가책으로 조직에 남지못하고 떠난 사람들, 그리고 경찰의 결정적 실수에 그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본인의 기억 속에 남겨진 전화 목소리만으로 범인을 찾으려는 피해자 아버지! 불편한 관계 속에 드러난 불편한 진실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권력 때문에 희생된 진실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64, 요코야마히데오, 문학·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