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제하님의 소설집....

개개의 이야기들을 따라 정신없이 이끌려 가다보니 대 작가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얽혀든

얼치기 독자인 내 모습이 마치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비한 노래소리에 혼을 뺏긴듯 하다.

판타지가 아닌데 하면서 읽다보니 환상속 어딘가에 도착해 있다.

빠져나갈 길은 있는 것인가~

서른 아홉개의 짧은 이야기가 들려주고자 하는 그 무엇을 뭉뚱그려

실체를 가진 하나의 알맹이로 손아귀에 잡아보려 하니 아무것도 없다...

역시 환상이었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나 알 수 없는 상상속을 헤메고

헤메다 가까스로 빠져나오니 또 질퍽한 현실속이다.

이렇듯 끊길듯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이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작가만의 환타지 그 안개 가득한 미로속으로 이끈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동안 글을 써온 작가가 느끼는 삶의 단상들이 우리의 그것과도 맞닿아있어

울고웃고 살아가는 희로애락이 뒤엉키며 이야기 속에 펼쳐진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랑의 시작만 있는것이 아니다.

사랑의 끝도 있다.

사랑의 끝이 끝일것인가. 그것은 또 시작이다....

시작과 끝에 숨겨진 이야기 ...인생이 여기 있다.

"상식이나 지식이나 예술작품의 무기력과 공허함이여"....

'나는 아무도 모른는 집에서 그 어느 누구와도 얼굴을 익히지 않고 홀로 살고 싶다.

홀로 세수하고

홀로 길을 걷고

홀로 책을 읽고

홀로 자유로운 생각을 하고 싶다.

그것만이 진정한 소원이고 희망이다.(사라의 문)

장 그르니에는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낯선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몹시도 원했었다.

겸허하게 가난하게 살면서 비밀을 간직하고 싶었노라 고백했다...

곳곳에 작가의 다 채우지 못한 열망이 묻어난다.

인생이라는 환상속에 발을 내딛었으니 가볼 일이다.

그곳이 사랑과 미움,희망과 절망이 뒤엉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꿈속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