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된 소설을 읽을때와 모국어로 된 소설을 읽을때.....

항상 그 사이에 엄청난 거리감이 있다는 걸 느낄때가 있다.

물론 훌륭한 고전이란 이런 것들을 초월해 우리에게 깊은 감흥을 준다.

또 어떤 작품들은 그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함 속을 헤메다 정작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할때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번역이란 단계인것 같다.

밀란 쿤데라의 이 소설은 자신이 속했던 사회적 분위기,

작가로서 고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해야 했던 창작가로서의 고뇌가 드러난다.

주인공 클리마와 하룻밤 연인이었던 루제나...

한사람은 어떻게든 거추장스러운 도덕적 딜레마를 벗어던져 버리려 하고

또 한사람은 그녀의 답답한 세상, 희망도 없고 영원히 갖혀 살아야만 할듯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구차한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도구로 뱃속의 아기를 빌미로 클리마를 붙잡으려 한다.

부인이 있는 클리마는 부인을 사랑하지만 또한 거기서 벗어나려는 심리를 보인다.

또한 일회적 사랑을 하고 나면 또다시 부인에게 돌아가려하는 이중적 심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부호이자 깊은 신앙심을 이야기하는 베르틀레프,

몽상가인 의사 슈크레타,

억압적인 조국을 떠나려하는 인물, 야쿠프..그외에도 루제나 에게 집착하는 프란티세크..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얽혀 플롯이 전개된다.

읽으면서 상당 부분 도덕적인 면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는 루제나는 아이를 지키고, 아이를 클리마를 얽어매는 도구로 이용해 낙태하지 않으려는 반면,

클리마는 베르틀레프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까지 자신의 삶에 생각지 못한 변수였던

아기를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현실과 이상적인 현실 사이에서 번뇌하기 마련이다.

루제나는 구질구질한 현실인 프란티세크 에게서 벗어나 아이를 매개로 클리마,

즉 원하고 상상해왔던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는 것이다.

기회가 왔고 클리마가 하는 달콤한 말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루제나는 그것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도

예기치 않은곳에서 비극적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잘못된것을 바로 잡아보려 할때는 이미 멀리 와버렸을때가 많다.

각각의 인물들이 감추고 있는 겉과는 전혀 다른 내면....

그것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다.

이 소설을 좀 더 이해하려면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과 그 작품이 씌여진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 할것이다.

억압적 공산사회를 떠나 자신의 작가적 나라라고 말했던 프랑스에 정착하기까지의

사회상황과 창작자로서의 고뇌들을 이해한다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할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