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지성과 정확한 관찰, 솔직한 고백, 담담하고 온유한 필치로, 神과 靑年과 敎會文化... 시대의 근본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헨리나우웬의 저서들의 가치를... 나는 이 여름에사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방학을 맞아 인근 시립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 우연히 本書를 훑어보게 되었고.. 좀더 찬찬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싶어 빌려다 읽다가는, 결국 내 책을 따로 한 권 구입하여 몇군데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었다. 40여년 전 그가 내린 진단이 지금 이 시대 한국 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2장 (사랑의 도전)에서는, 우리의 삶을 "탈취형태의 구조"로 발가벗겨 정확하게 서술한 점이... 어설픈 박애주의자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나에게 현실을 바르게 바라보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인도했고..

4장 (캠퍼스 오순절 운동)은, 지금 한국교회 교단과 각종 대학생 선교회, 방방곡곡의 기도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적부흥 (어쩌면 "감정"부흥)의 허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의 인도와 지시에 따라, 울고 노래하고 뛰며 소리지르고 헌금하고 헌신하고 봉사하면서 한시적으로 받곤하는 소위 "은혜"의 실상이란...

5장 (신학교 안의 우울증)은 또 어떠한가... 책 내용 일부를 인용하면, "모든 기본주제를 수년간 배운 많은 신학생들한테서 피로와 실망과 혼돈, 심지어 적의의 징후마저 보인다. 그들은 좌절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정답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괜히 시간만 허비한 것 같아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신학교의 우울증은 학생들의 정체감 위기뿐 아니라, 교수들의 정체감 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좀처럼 끊기 어려운 우울증의 악순환...(p98-9)"

ㅡ 이것은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혹은 전세계)의 기독교 현실이 아닌가. 신학교에는 오늘날의 "교회"를, 신학생들에는 (제대로 믿어보려고 몸부림쳐온 진실한) "성도들"을 대입한대도 조금도 어색하거나 틀린 문장이 되지 않을 성 싶다. 오늘날 교회안에 만연한 우울증, 범죄, 자살 등... 그것이 일반사회로 확장되어 나타나는 모든 병증과 부정 부패 현상들...

그런데 나우웬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아쉬운 점은... 1960년대 당시 미국과 서구사회의 문제를 이처럼 정확히 인식하고 솔직하게 기술할 수 있었던 그도,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과 해법 측면에서는 명쾌하지 못한 뒷 맛을 남긴다는 것이다. 이는 즉, particularity 측면의 복잡성이라기 보다는 principle 측면의 애매함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좀더 상고해볼 일이다.

 

한리나우웬, 친밀함, 신학교, 교회, 우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