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일요일들'이라는 산문집을 낸 후로의 장편 소설이다. '소년은 위로해줘'를 꽤 재밌게 읽은 사람으로 그런 유쾌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소설을 읽었다면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다.

류와 요셉(크리스찬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이름을 작명한데는 이유가 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과거에 어떤 인연이 있었고 그 만남에서 갑자기 떠나버린 한 사람에 대한 심적 태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모님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결말이 조금은 뻔해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는 좀 덜했다. 

요셉의 제자이자 두 사람이 다시 만날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로 이안이라는 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 역할을 확실히 하지 못한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에는 은희경만의 해석과 시니컬한 말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요셉은 직업상 작가이고 그가 하는 인용된 말, 혹은 맞는건지 아닌건지 헷갈리는 말들이 재밌었다. 또한 요셉이 카페를 옮겨가며 글 쓰기 위해 몰두하고 관찰한 내용, 그로 인한 생각들이 실제 작가가 카페를 옮겨가며 작업했을때 경험했던 일들이라는 것을 나중에(작가의말) 알고 그래서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위선이 아니지. 위선자들은 진짜 얼굴과 가짜 얼굴 하나씩을 가지고 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돈도 쓰고 싶은 건 둘다 진짜 얼굴이니까.

젊은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개의 얼굴을 갖고 있어.

아직 미완성인데 세상은 어른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하지. 그래서 허겁지겁 이런저런 형식과 모델, 유행하는 것들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고 하는 거야.

어찌 됐거나 젊은이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 101p

"매혹이 사라진 이후의 사랑은 어머니처럼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의 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류는 자기기만의 부역보다는 상실을 택했다. 고통보다는 고독을 택한 것이다." - 263,4p

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