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유럽 예술 기행록>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여정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만한 책인 듯하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프랑스,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로 이어지는 여정을 함께하고 나면 독자들에게 남는 것은 어느 광장에 유명한 어느 건물이라든가 명소가 아니라 괴테의 애틋한 사랑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살한 요리사, 지역의 문제아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인이 된 가수... 그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프랑스의 아비뇽편이었다. 백작부인 라우라를 보고 첫눈에 반한 페트라르카는 주체할 수 없는 그녀를 향한 열정에 괴로워했는데, 그녀가 이미 결혼한 신분이었기 때문에 죽을때까지 그녀를 바라만보며 주옥같은 연시들을 썼다는 이야기이다. 몰랐다면 그저 둘러보고 사진 찍는 것에 만족했을지도 모르는 도시가 슬프지만 아름다운 짝사랑의 무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곳을 밟는 여행자의 느낌은 사뭇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비로소 유럽이 왜 많은 이들에게 그렇게나 특별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는지 알 것 같다. 유럽에 가보지도 않은 내가 어렴풋이 느껴왔던 유럽에 대한 아우라는 아마 어디선가 단편적으로 들은 그들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비로소 유럽 전체가 하나의 큰 이야기로 느껴진다. 아마 유럽에 가기 전 <유럽 예술 기행록>을 읽은 건 행운인 것 같다. 이제 나는 로마의 분수 앞에선 두 천재라이벌의 치열했던 경쟁을, 파리의 몽파르나스에선 헤밍웨이의 방황을, 아비뇽에선 페트라르카의 평생에 걸친 가슴 아픈 짝사랑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