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한(前漢)대의 사람으로  역사서이며 철학서인 역사소설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 너무 똑똑한 천재이기에 하늘의 시기를 받은걸까? 남성 최대의 굴욕인 궁형을 당해 인간이하의 인간으로나마 살아남아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내려 애쓴다. 그렇게 19년이란 긴 세월동안 130편의 <사기>를 완성했다. 역사라는 항목이 없던 시기인 그때의 책이름은 '태사공서(太史公書)였다.

종이가 없던 그 시절에 나무를 깍고 기록을 칼로 새기고, 옻칠하고 그렇게 인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니. 상고시대부터 전한대에 이르기까지 2천여년의 역사를 담아낸 소설로써, 당대를 살아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담긴 책이라 더욱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황제와 황후, 성현, 재상, 명장, 학자, 여인, 깡패, 도둑, 남색가, 사기꾼에 이르기까지, 사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사기>는 권력자가 읽으면 지배의 원리와 기술을 배우게 되고, 반역자가 읽으면 저항의 논리와 전술을 배우게 되고, 특히 은둔자가 읽으면 인생의 숭고한 허무를 감지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소설사기>의 첫번째권은 춘추전국시대편이다.

상인이지만 아들을 왕으로 만든 야심가, 여불위편부터 시작한다. 여불위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의 애첩 주희를 진나라 자초 공자에게 보낸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훗날 진나라 시황제이다.

송(宋)나라에 한 부자가 있었는데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지자 아들과 이웃남자가 똑같이 지금 다시 담을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든다고 했다. 과연 밤에 도둑이 들었는데, 부자는 아들의 선견지명을 칭찬했고 이웃집 사내를 의심했다. 정(鄭)나라 무공(武公)이 오랑캐를 칠 계획으로 공주를 호(胡)의 군주에게 시집보내고 나서 신하에게 어떤 나라를 치는 게 좋으냐고 물었다. 그때 대부 관기사가 호를 치자고 주장하자 무공은 형제국을 치자는 주장을 했다 하여 관기사를 사형에 처했다. 소문을 들은 호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정나라의 침략을 받고 나라를 빼았겼다. 이웃집 사내와 관기사의 의견은 모두 정당한 것이었으나 한 자는 도둑누명을 썼고 한 자는 목숨을 잃었다. 이는 한 사물의 진상을 지혜로써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더 어렵다는 뜻을 웅변하고 있다. p213

군주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면 그 지혜는 군주의 마음에 들 것이고 미움을 받고 있을 때면 공연한 죄를 얻게 된다. 고로 간언하고 유세하려는 자가 군주가 자기를 사랑하는가 미워하는가를 먼저 잘 살핀 후에 해야 한다. 용이라는 짐승은 길들여 친해지면 등에도 탈 수 있으나, 다만 목에 붙은 한 자 가량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물어죽인다. 하물며 인주(人主)에게도 역린이 있거늘,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한 그 유세자의 유세는 거의 성공한 것이다. p214

욕심많은 진황이 진시황이 된 사연 또한 재미있다.

"그럼 천자(天子)는 어떻습니까?"

"크게 나쁘진 않지만... 혹시 다른 이름은 없겠소?"

"그렇다면 삼황의 황(皇)과 오제의 제(帝)를 따서 황제로 부르시면.."

"황제라고? 그거 괜찮네. 좋소. 흡족하오. 그러나 황제라는 칭호를 과인이 제일 먼저 사용했으니 시(始)황제로 하겠소. 과인의 다음에 2세황제 그리고 다음이 3세황제 이런 식으로 영원무궁토록 전할까 하오."

이사는 한술 더 떴다.

"기왕이면 왕명을 제(制)라 하고 왕령을 조(詔)라 하며 황제를 자칭하여 짐(朕)이라 하십시요."

"천자가 존귀한 이유는 뭇 신하들이 어성만 들을 뿐 배안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천자는 짐 즉 조짐(兆朕 : 기미만 있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란 뜻)의 짐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p286

대대로 대장군의 가문을 지낸 몽염 몽오 형제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역사소설! <소설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