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관한 책읽기가 취미인 교사의 저서 <정도전과 조선건국사>.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것은 맨 앞장의 "이 책을 쓰면서"이다.  저자는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보인다. 아! 나 역시 역사책을 읽으면서 또는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염두해두고 있던 부분이라,  '정도전과 조선건국사'의 책장을 넘기면서 더욱 긴장감있게 보게 되었다. 이긴자의 기록인 역사, 인간들이 남긴 이 기록을 저자는 또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다음으로 정도전과 조선건국사의 목차를 보면, 공민왕 시대, 우왕시대, 창왕시대, 공양왕시대를 마지막으로 나열된다. 공양왕시대를 마지막으로 고려는 멸망하고 이성계의 조선건국사가 시작된다. 

 

이 책의 시작은 공민왕 시대, '이성계는 과연 전주 이씨인가?'이다. 책의 서두부터 의미심장하다. 이성계가 전주 이씨의 후손인 고려인이 아니라 여진족 출신이라는 설을 가지고 나온다. 허, 시작부터 허탈하다. 역사소설이라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東北工程)에나 있을법한 말아닌가? 우리의 선조라 믿었던 조선을 통째로 비틀어버린거다. 또 하나, 제목은 '정도전과 조선건국사'인데 내용은 이인임이나 공민왕의 비중이 더 크다. 차라리 이성계의 조선건국사가 더 어울릴법하다.

 

'공민왕은 실로 100년 만에 쌍성총관부를 다시 고려 땅으로 편입하는 데 성공했다. 원나라로써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순식간에 당한 일이었다. 고려가 너무 재빠르게 행동을 취했고 또 홍건적의 봉기로 나라가 혼란한 지경이라 쌍성총관부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아마 이때 이인임은 이성계를 처음 봐쓸 것이다. 이인임은 40대의 원숙한 나이였고 이성계는 팔팔한 22세였다. 모습이며, 옷차림이며, 말투며, 행동거지며, 이성계에게서 풍기는 모든 것들이 이인임의 눈에는 영락없는 촌놈의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것도 보통 촌놈이 아니다. 항상 멸시해 왔던 여진족 촌놈.' p27

 

<기황후가 공민왕을 원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최유는 김용이 안우 등 여러 장수를 죽였으므로 내응이 있을 것으로 믿고 불평을 품은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황후를 달래어 공민왕을 폐하고, 덕흥군을 왕으로 세울 것을 꾀했다.> p63

 

공민왕은 결코 좋은 성격이 아니다. 잔인하고 시기심이 많았다는 당시의 평가가 딱 맞는 인물이었다. 그는 제 명에 죽지 못했다. 제 명에 죽기가 힘든 성격의 인물이었다. p145

 

최근 드라마에서 기황후나 공민왕, 이성계를 많이 다루고 있기에 관심있게 보았지만, 많은 미화가 있는 드라마에 비해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책이다. 드라마는 픽션일 뿐이란 것을 알지만, 소설을 보니 더욱 혼란만 가중되는 듯.

정사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소설인 책이다. 무턱대고 읽다가는 선입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정도전과조선건국사, 역사소설, 조태열저, 고려멸망, 조선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