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판타지 소설을 단순한 환상문학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환상만 담겨 있는 작품은 보기 좋은 떡에 그칠 뿐. 작품은 구심점을 찾기 못해 이리저리 방황하고, 독자는 외면합니다. 환상을 그려내되 상식적이며, 논리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제대로 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판타지 레퍼런스는 그러한 상식과 논리를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담아 놓은 책입니다. 다만, 최소한의 조건이다 보니 내용에 있어선 다소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있다라고 알려주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 들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얻을 수 있는 자료들이 책에 담겨 있죠. 어떻게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을 책을 통해 더 쉽고,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보는 게 옳습니다.

작가를 위한 창작 가이드라고 하지만 창의적인 문법이나 소재를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정확히 따지면 백과사전입니다. 환상문학에 등장하는 종족이나 마법, 중세의 신분제나 생활상을 조금씩 알려주며, 환상문학을 적을 때 참고하도록 만든 것이죠. 가이드라면 가이드가 될 수 있겠지만 그야말로 기본적인 지식에 한정합니다. 물론 기본이라 하여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매년 수많은 환상문학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중에는 기본조차 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으니까요.

오히려 이 책의 중심은 작가의 서문입니다. 환상문학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알려주는 서문은 환상문학을 시작하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환상문학이 가벼운 오락문화가 아닌 나름의 주제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죠. 가상의 피조물에서 신비한 오컬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작가 고유의 환상을 통해 표현해야 하는 장르문학에서 이 책은 작은 기준점이 될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