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세련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련되고 날렵한 책.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책. 오감이 활짝 열려지는 책. 그런 책을 찾다가 문득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된 이 책.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단숨에 다 읽고 폭 빠져버린 책. 이 책을 나와같이 특별한 책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고양이를 좋아하는가? 나는 고양이의 독립성과 유연함과 사랑스러움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여러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전지영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 그리고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느낀점과 그곳의 풍경등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너무나 예쁜 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꼭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운 책. 책 안의 다양한 삽화는 너무나 감각적이며 사실적이고 정감이 넘친다. 소유욕을 마구마구 자극하는 이 아름다운 삽화는 굉장히 많이 담겨있어서 읽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을 가득 느끼게 해준다. 사실 여행관련 책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굉장히 잘 찍은 사진들이 다양하게 담겨져 있다. 어느모로 보나 전문가 솜씨임에 틀림없는 그 사진들은 배낭을 꾸리게끔 하는 욕구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굉장히 따분하기도 하다. 이미 너무 많이 접해서 그런것일까? 하지만 이 책의 삽화는 너무 신선하면서 생동감이 넘친다. 아름답게 그려진 삽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꼭 이곳으로 여행을 가봐야지 하는 의욕이 불끈불끈 샘솟는다. 당장 휴가를 신청하고 싶을만큼...

이 책의 저자 전지영은 앙쯔와 세쯔라는 너무나 독특한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여러 도시를 여행다니며 의미있는 하루 하루를 만들어간다.  일본, 로마, 뉴욕 등 다양한 도시와 함께 하면서 자신의 기호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즉, 도시에서 보여주는 것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점을 보고 느낀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고, 이 책이 여타 다른 여행 소설과는 다른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구잡이식 관광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전지영의 눈길이 꽤 마음에 들 것이다.

이 책은 어렵게 읽히지 않는다.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내 마음을 가볍게 적셔주듯이 쉽게 읽히지만 그 여운은 파장이 되어 오래남는다. 무엇보다도 아무것에도 얽매임 없이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이런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나도 꼭 그림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정말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이 책의 저자 전지영처럼 가벼운 스케치를 해 와 보면 어떨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더위는 멀어졌고, 서늘하고 기분좋은 바람이 목 뒤를 살살 간지럽힌다. 왠지 가볍게 베낭을 꾸려야 할 것만 같다. 베낭 안에는 딱 한권의 책만을 담고 가고 싶다. 그럴때에는 이 책 [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가 딱 알맞지 않을까? 고양이 같이 예민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감을 총 동원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면 이 책의 저자 전지영이 보았던 것처럼 매력적인 세계와 만나게 될 것이다.

-한가지 충고! 이 책은 여행 안내서로는 많이 부족한 책이다. 꼭 봐야만 하는 관광지 안내라던가 좋은 식당 추천은 이 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이다. 여행 안내서가 필요한 분이라면 이 책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감성적인 여행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딱이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