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見物生心). 어떤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이다. 우리는 늘 세상을 살면서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남보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동서고금의 성현(聖賢)들은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라고 했다. 도대체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잉카 최후의 날> (킴 매쿼리 지음, 도서출판 옥당)은 이 같은 인간들의 욕심이 빚어낸 한 제국(잉카)의 몰락을, 역사적인 기록들을 중심으로 깊이 있고 생동감 있게 다루고 있다.

  에스파냐의 시골 출신에다 글도 읽을 줄 몰랐던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지금의 페루에 대한 3차 원정을 위해 기병과 보병 등 168명의 군대를 이끌고 안데스산맥 깊숙이 위치한 도시 <카하마르카>를 점령한다. 이때 참여한 병사들은, 에스파냐 본토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신분상승과 부자가 될 <황금의 땅>을 찾고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구두 수선공과 재단사, 공증인, 목수, 선원, 제철공, 이발사 등 하층민들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벤처 투자가이고, 당시로 하면 무기를 든 기업가였던 셈이다.

  이 전투에서 사령관 피사로는 잉카의 황제인 <아타우알파>를 사로잡는다. 잉카 제국을 제대로 주무르기 위해서는 아타우알파가 필요했고, 아타우알파를 조종한다면 잉카의 군사력을 무력화하고 반란군을 잠재우며, 궁극적으로는 잉카 제국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에 아타우알파는 에스파냐인들이 원하는 것을 빨리 주어 그들을 잉카 땅에서 영원히 떠나게 하고 싶었다. 황제는 차스키(파발꾼)들을 통해 잉카인들은 이방인들이 금붙이를 모으고 운반하는 것을 도와줄 것과 에스파냐 군대를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아타우알파는 금과 은이 대부분 <쿠스코>에 있으며, 약속한 양을 모으려면 족히 1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러자 피사로는 하루라도 더 빨리 금과 은을 뺏고자 군대를 파견해 잉카의 수도인 쿠스코를 점령한다. 이때 피사로의 옛 동료인 <알마그로>는 증원 병력을 이끌고 도착한다. 에스파냐군이 떠나기만을 학수고대(鶴首苦待)했던 황제 아타우알파는 자신이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에스파냐 군대는 약탈꾼이자, 잉카 제국을 빼앗으러 온 침략자였다.

  당시 피사로와 원정대는 일반적인 신대륙 정복과정을 그대로 따랐다. 우선 원주민 제국이라는 증거를 찾는다. 둘째, 에스파냐 국왕으로부터 정복허가를 받는다. 셋째, 원주민들에게 정복을 하는 합법적인 이유를 밝힌다. 넷째, 원주민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정복 작업을 시작한다. 다섯째, 원주민들에게 빼앗은 전리품을 안전하게 지키며, 그 양을 더욱 늘려나갔다.

  피사로를 포함한 168명의 정복자들은 한 사람이 여생(餘生)을 보내고도 남을 만큼의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을 나누어 갖는다. 하지만 뒤늦게 도착한 알마그로와 그의 병사들은 조금밖에 분배를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불만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

  이에 총독 피사로는 알마그로에게 제안을 한다. 쿠스코로 가서 자신의 동생이 임시로 맡고 있는 부총독직을 승계하라고. 그런데 이때 에스파냐국왕의 전갈이 도착한다. 잉카 제국을 둘로 나누어 북쪽은 피사로가, 남쪽은 알마그로가 통치하라는 것. 그런데 이 전갈은 나중에 두 사람의 사이를 영원히 갈라놓는 쐐기가 된다.

  피사로와 정복자들은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살려두어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처형한다. 아타우알파의 동생 <망코 잉카>가 열일곱의 나이에 새로운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만, 망코 잉카는 피사로의 꼭두각시 황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망코 잉카>황제는 에스파냐인들의 침탈 야욕이 끝이 없음을 확인하고 비밀리에 이방인들을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잉카 곳곳에서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다.

  원주민 전사들은 쿠스코를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지만, 대포와 화승총, 철제 창과 투구 등의 최신 무기와 기병대를 동원한 에스파냐 군대 앞에서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오히려 에스파냐 군대는 우호적인 원주민 동맹군들과 함께 반란군들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다.

  한편, 쿠스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리마>라는 새 도시를 건설하고 있던 피사로는 망코의 반란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의 두 형제가 지키고 있는 쿠스코에 증원 병력을 급파(急派)한다. 잉카 전사들은 언덕 등의 지형을 이용한 게릴라전을 통해 에스파냐 군대를 괴롭힌다.

  마침 이때, 페루의 남쪽 원정에 나섰던 알마그로와 정복자들은 얻는 게 신통치 않자, 정복을 포기하고 쿠스코로 돌아온다. 이로 인해 잉카 군대와 에스파냐 군대간의 힘의 균형이 깨진다. 쿠스코를 9개월 동안 포위하고 있던 잉카 전사들은 알마그로와 정복자들에 밀려 쿠스코를 철수한다.

  쿠스코를 점령한 알마그로는 피사로의 두 형제를 옥에 가둔다. 피사로가 형제를 구하기 위해 증원 병력을 보내자 알마그로는, 먼저 잉카의 황제인 망코를 포로로 잡거나 죽여서 위험을 제거한 다음에 피사로를 공격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

  피사로의 두 형제를 놓고 피사로와 알마그로가 두 달 이상 협상을 벌이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피사로는 동생 <에르난도>에게 쿠스코를 재탈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로 인해 알마그로와 피사로는 서로 적군이 되어 싸운다. 이때 알마그로를 도왔던 황제 망코 잉카의 형 <파우유>가 에르난도의 군대를 지지하며 알마그로의 군대를 공격한다. 이 전투에서 알마그로는 참패하여 처형된다.

  에스파냐 군대에 밀린 망코는 <빌카밤바>에 잉카의 새 수도를 건설한다. 전사들을 이끌고 소규모 국지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에스파냐 군대에 죽는 병사들이 늘면서 원주민 전사들은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알마그로가 사망한 지 약 3년 쯤 되던 해, 리마에 살던 그의 추종자들은 피사로를 죽이고 자신들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암살을 계획한다. 결국 피사로는 사망하고, 피사로의 암살자들은 잉카 황제를 암살하여 자신들의 죄를 용서받고자 한다. 망코가 암살되지만, 그들 역시 원주민들 손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피사로의 동생 곤살로는 왕이 파견한 총독의 군대와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마지막 남은 에르난도는 에스파냐 감옥에 갇혀 살다 죽고, 망코의 아들인 잉카의 마지막 황제 <투팍 아마>또한 에스파냐 군대에 의해 죽는다.

  이처럼 신대륙에서 엄청난 행운과 부를 손에 쥐고자 했던 정복자들은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화를 자초했고,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었다. <잉카 최후의 날>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삶, 그리고 나의 행복 추구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도 고려하는 그런 삶을 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