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퇴직하기 전에 장편소설 한 편을 쓰는 것이다. 이 꿈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부터이다. 아침과 저녁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좀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는, 소설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한 글을 끌쩍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부 행정망의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글을 올렸고, 적지 않은 호응도 얻었다.

  쓴 글이 문학적인 가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힘이었다. 어떤 직원들은 할일이 없으니까 글을 올린다고 핀잔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땐 기운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용기를 갖고 글을 써나갔다.

  그동안에 여러 부서를 옮겼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글쓰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개인적인 요인이 컸다. 현재 여덟 살인 아들 녀석이 태어나고 나서 약 4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던 것 같다. 대신에 문장력을 익히고 글쓰기에 대한 감각을 되찾기 위해 틈틈이 독서를 해 왔다. 그 후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수필부문 우수상을 탔고, 행정혁신을 주제로 한 수기공모에서 두 차례 상을 타기도 했다.

  지금도 꾸준한 독서와 함께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소설은 아니지만, 언젠가 쓰게 될 소설을 위한 준비과정이고 담금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런 나에게 꿈을 일깨워 주는 책을 만났다. <꿈을 낚는 어부, 파블로 이야기> 이라는 책이다.

  파블로에게는 오래 전부터 한 가지 꿈이 있었다. 큰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 속의 파블로는 어느 작은 바닷가에서 고기 잡는 어부였다.

  어느 날, 파블로는 고기잡이하러 나갔다가 주먹만한 은빛 공 하나를 그물로 건져 올린다. 공속에서는 한 노인이 나타났고, 노인은 파블로에게 “혹시 네 꿈을 막고 있는 사람이 바로 너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뭐라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노인은 사라지고 만다.

  파블로는 부모에게 먼 바다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러 떠나겠다고 작별 인사를 한다. 자신의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 먼 바다로 나아가던 파블로는 폭풍을 만난다. 배는 뒤집히고, 파블로는 널빤지 하나에 의지해 어느 낯선 항구에 도착한다. 여기서 파블로는 화물선의 짐을 창고에 나르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산 도자기로 저글링을 하다 감독관에게 발견돼 쫓겨난다.

  파블로는 한 생선 가게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파블로가 고기로 저글링을 할 때마다 손님들이 북적였고 생선 가게는 꽤 많은 돈을 번다. 어느 날 모래밭을 거닐던 파블로는 두 번째 은빛 공을 발견한다. 공속에서 나타난 노인은 파블로에게 고향을 떠나기 전에 어떤 꿈을 꾸었고, 꿈속에 본 웅장한 도시를 발견했느냐고 묻는다. 파블로는 이제 떠날 때가 됐다며 생선 가게의 일을 그만둔다.

  파블로는 산타크루즈호의 수습선원이 된다. 맡은 일은 청소였지만,고 요리사를 돕고, 밤에는 당직 선원과 함께 망루에서 망을 보기도 했다. 어느 해질 무렵, 파블로는 작은 나무토막으로 저글링을 했고, 이 모습을 본 선장은 파블로에게 목공일을 권한다. 파블로는 목공 디에고로부터 목공일을 배워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산타크루즈호는 폭풍을 만난다. 뱃머리에 큰 구멍이 뚫렸고, 파블로는 널빤지로 완벽하게 막아낸다. 선장은 배를 가까운 항구에 정박시켜 대대적인 수리를 맡긴다. 여기서 파블로는 돈 페드로가 운영하는 조선소의 견습 목공으로 일하게 된다.

  파블로는 조선소에서 많은 기술을 터득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역상이 50문 이상의 화포를 장착할 수 있는 배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 어떻게 많은 화포를 장착한 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해안을 걷던 파블로는 세 번째 은빛 공을 발견한다. 공속의 젊은이는 파블로에게 “나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고민하는 대신에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라며 파블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조선소로 돌아오는 길에 파블로는 카를로스 재단사의 딸이 2층에서 창문을 열고 물을 쏟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결국 파블로는 그 과제를 완벽하게 해결했고, 조선소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그 사이 조선소의 경영자인 돈 페드로는 죽고, 파블로는 머리아와 결혼한다. 어느 날 거대한 무역상인 로드리고 경으로부터 6년 이내에 서른 척, 즉 일년에 다섯 척의 캐랙선을 만들어 납품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르드리고 경은 1년도 못가 파산한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엄청난 해일이 되어 파블로의 조선소를 덮쳤다.

  완성한 다섯 척의 캐랙선을 사갈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목공들과 그에 딸린 식솔들의 생계는 점점 어려워져간다. 답답한 마음에 바닷가를 거닐던 파블로 앞에 네 번째 은빛 공이 나타난다. 공속의 젊은이는 파블로에게 창고에 엄청나게 많은 재료가 쌓여 있는데, 왜 자신만의 배를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파블로는 지금까지 바다를 항해한 그 어떤 배보다도 크고 웅장하고 화려한 배를 만드는 일에 착수한다. 문제는 돈이었다. 파블로는 배 건조에 드는 돈을 빌리고자 설계도를 가지고 다니며 사채업자에게 일일이 설명한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은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으로, 파블로는 총독에게 편지와 함께 설계도를 동봉해 배를 건조할 지원금을 요청한다. 몇 주일이 지난 뒤 기다리던 국왕의 답장이 왔고, 요청한 금액의 절반도 보내졌다. 파블로는 다시 목공과 기술자들을 불러 모아 ‘바다의 여왕’이라는 크고 웅장한 배를 완성한다. 배가 국왕이 있는 왕궁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자 숨죽이며 서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마침내 파블로는 자신의 꿈을 이뤄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네 개의 은빛 공은 파블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좌절하거나 인생의 기로에 서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할지 알 수 없을 때마다 지혜와 용기를 준다. 훗날 파블로는 공속의 한 남자는,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파블로의 말처럼, 결국 인생은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 발로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