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시간의 무료함을 때우기 위해서, 수험공부를 위해서, 마음을 소양하기 위해서, 정신적으로 충만해지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세계의 명강의> (리처드 칼슨 엮음, 신혜경 옮김)는 이 시대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 25인의 글을 엮은 책이자, 정신적으로 충만해지는 길을 안내해 주는 감명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결같이 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얘기하고 있다. 어떤 이는 하느님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영적인 위대한 힘이나 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든 그 밖의 어떤 초월적인 힘이든, 스물다섯 명의 저자들의 글이 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신을 믿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답변이 있을 수 있다. 인생이 답답하고 괴로워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 신을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의 평안이나 미래의 지혜를 얻기 위해 신을 믿는다. 또 성직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신을 믿기도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신을 믿지 않았다. 부처님, 예수님 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좀처럼 그런 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간혹 어떤 이가 하느님을 열심히 믿어 아프던 몸이 나았다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기는 했지만, 내가 확인해보지 않은 이상 그대로 믿기에는 미흡했다. 이런 경우 나는, 신을 믿는다는 것은 일신상의 편안함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이지, 순수하게 신을 존경하고 신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따르려는 의도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먹어 결혼하고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어릴 적과 같이 신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다. 남들은 종교를 가져보라고 하지만, 내가 종교를 가진들 삶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진짜 어떤 신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마음이 괴롭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난 나 자신을 믿는 것이 곧 신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정신적 지도자들은 신과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담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어떤 종교에 귀의할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종교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인생을 살면서 느낀  마음의 행복에 이르는 귀중한 지혜와 지혜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다들 마음이 따뜻하고 세상의 혼탁함으로 물들지 않은 깨끗한 영혼을 가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속도감 있게 단번에 읽어 치우고 말 성질의 책은 아니다. 음미하며 곱씹어 읽어야 한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심오한 철학의 바다에 떠 있기도 하고, 마음이 한결 맑고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부자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