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일본 최대의 사과 생산지인 아오모리 현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쳐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다.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낙과피해를 입었고 고작 10%가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런데 한 농민이 “만약 이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수험생 같은 사람들에게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합격사과’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를 제안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을사람들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합격사과’를 본 사람들은 흥미를 보였고, 왠지 이 사과를 선물하면 행운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사가기 시작했다. 개당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사과가 무려 10배나 비싼 1만원에 팔렸다. 이 합격사과는 태풍으로 인한 90%의 손실을 만회하며 일본의 입소문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진이 되라> (강신장 지음, 쌤앤파커스)는 ‘합격사과’의 사례처럼 창조는 어려운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뒤집어도 보고 섞어도 보는 등 발상의 전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세상의 최고나 유일무이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리진’이란 스스로 처음인자,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 새 판을 짜는 자, 원조가 되는 자. 그리하여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자를 뜻한다.

  저자는 이런 ‘오리진’이 되기 위하여 목숨 걸고 사랑하라, 고통을 모르면 그를 기쁘게 할 수 없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선사하라, 뒤집고 섞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마음의 벽을 깨라 등 열 가지를 주문한다. 어찌 보면 부여된 과제 하나 하나가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실천과 노력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처럼 의지와 실천 없이는 과실을 맛볼 수 없다.

  나는 저자가 주문하는 과제 중에서 ‘예상을 깨는 이야기를 만들라’에 관심이 많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보면 수렵․어로사회→농경사회→산업사회→지식정보화사회를 거쳐 앞으로는 ‘꿈과 감성 그리고 이야기가 주도하는 사회’(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한다는 것이 덴마크 미래학연구소의 롤프 옌센 소장이 주장이다. 쉽게 말하면,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라는 것이다.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상품 속에 들어 있는 ‘꿈과 감성과 이야기’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이나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에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유도 바로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신화가 됐든, 실제의 인물이 살았든, 이야기를 통해 그 대상을 상품화 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몽마르뜨 언덕과 같이 이야기를 팔 수 있는 소재가 많고 충분히 상품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백제시대에 삼천 궁녀가 강물에 몸을 던진 부여의 ‘낙화암’이나 백범 김구 선생이 조선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숨어 지냈던 마곡사 뒷산의 토굴 등이 그렇다. 이외에도 이야기가 전해지는 많은 역사문화 유적지를 관광 상품화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실천과 의지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 어려운 법이다. 문제의식과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그 때마다 이 책은 창조를 위한 불을 밝혀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