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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9일의 일이다. 그 날은 ‘2009안면도국제꽃박람회가 폐막 하는 날이었다. 오전 9시 15분에 이완구 지사님의 호출을 받았다. 꽃박람회 폐막식 치사에 관한 것이었다. 지사님께서는 치사의 내용을 보완해 달라고 했다. 나를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니 몇 가지를 주문하셨다.

우선 안면도국제꽃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김종구 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원회 가족, 태안군청 공직자들과 태안군의회 의원님들, 이인구 범도민지원협의회 회장, 관람객들을 친절히 안내한 도우미들, 교통질서에 애써준 경찰과 자율방범대 대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을 가급적 언급하여 고마움을 표시하자는 것이었다.

둘째는 꽃박람회가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성공한 박람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헌신과 열정, 창의, 애향심, 동질감 등 유․무형의 값진 자산을 얻은 풍성한 박람회였다는 점을 강조하자는 것이었다.

셋째는 꽃박람회의 성공을 계기로 도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충남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나가자는 것이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역사적 현장에서 그 아픔을 딛고, 더욱이 경기불황 속에서도 성공해 낸 만큼, 도민들의 하나 된 응집력을 바탕으로 가을에 개최하는 제55회 백제문화제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충남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수첩을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 지사님께서도 내 뒤를 따라 비서실로 나오시더니, 나에게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거야? 11시에는 나가야 되니까, 아까 내가 말한 것을 보완해 그 전에 줘. 시간 없으니까 한 번에 끝내도록 해.”라고 비서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강조해 말씀하셨다.

그 때가 오전 9시 30분이었다. 1시간 30분 전에는 끝내야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꾸지람을 듣고 나니 정신이 멍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심호흡을 한 뒤 수첩을 펴고 지사님께서 말씀하신 사항을 치사에 하나씩 담아 나갔다. 누가 대신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나 혼자서 책임지고 해야 했다.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작성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집중해 10시 10분에 치사 초안 작성을 끝냈다. 그리고 출력하여 한번 읽어보았다. 문맥이 이상한 부분을 몇 군데 고쳤다. 다시 출력하여 읽어보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사람이 한 명 빠져 있었다. 첨가했다. 그러고 나니 10시 20분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편집에 들어갔다. 다시 10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편집한 것을 출력하여 전체적으로 한번 읽어보았다.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곳과 오탈자 몇 개를 발견해 수정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출력하여 최종 점검을 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더 이상의 미련이나 불안감은 없었다. 10시 56분에 가까스로 수행비서에게 치사를 전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던 지사님께서 나를 보더니 “야, 어제 치사 참 잘 썼더라.”고 칭찬을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어제 서운했던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며 기분이 좋았다.

<혼 창 통>은 이 시대에 맞게 풀어낸 조직과 개인의 삶의 원리이자, 세계적인 대가(大家)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황금같은 메시지가 응집돼 있는 책이다.

혼(魂)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조직의 비전이나 목표, 개인의 꿈이 혼이다. 혼은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에 대한 물음의 과정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도지사가 안면도국제꽃박람회 폐막식장에서 치사를 하는 것은, 꽃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느라 고생하고 애쓴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창(創)은 혼을 노력과 근성으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고 익숙한 것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꽃박람회가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성공을 거둔 게 아니라 유․무형의 값진 자산을 얻은 것이 더 큰 수확임을 치사에 담도록 하신 지사님의 깊으신 생각에 새삼 존경심을 느꼈다. 나도 거기까진 생각 못했었는데, 얼마나 꽃박람회에 대한 애착이 깊었으면 그런 새로운 생각을 끄집어내셨을까.

통(通)은 큰 뜻을 공유하는 일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일이다. 내가 작성하여 행사일 하루 전에 보고 드린 꽃박람회 폐막식 치사는, 사실 비서인 나의 생각을 적은 것이다. 당연히 도지사로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불러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의 생각을 첨가해 치사를 보완해달라는 것은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자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혼 창 통>이라는 키워드는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먼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늘 가까이 있다. 이 세 가지를 가슴에 새기고 노력하는 자는 성공과 성취에 그만큼 한 발 더 다가선 자이다. 한 마디로 <혼 창 통>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 삶과 인생에 불을 밝혀주는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