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지구촌 어디나 똑같지 않을까. 세계적인 스타군단이 즐비한 영국의 프리미그에서 축구 선수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박지성의 부모도 이와 다르지 않다.

  ‘두개의 심장’이니 ‘산소탱크’나 하는 별명을 가진 박지성이 본래부터 체력이 좋았던 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난히 몸이 약했다. 잘 놀다가도 경기를 일으켜 수차례 병원 신세를 졌고, 연탄가스에 중독된 적도 있었다. 이런 박지성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질 수 있었던 데는 온 가족이 동원된 ‘박지성 키우기 프로젝트’에 있었다.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를 잡아다 푹 삶아 즙을 만들어 박지성에게 먹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꾸준히 개구리 즙을 먹은 덕분에 박지성은 그라운드에서 90분을 뛰어도 지칠 줄 몰랐다.

  박지성은 어렸을 적부터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졌다. 그날 훈련했던 내용과 생각들, 그리고 반성과 새로운 각오들을 적어나갔다. 박지성은 일기에서 자신의 꿈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꿈을 간직하고 열심히 노력했기에 지금의 주목받는 축구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

  <가슴으로 꾼 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 (박성종 지음, 서울문화사)는 아버지로서 박지성의 성장과정과 축구 선수 박지성을 키워낸 박성종씨가 독자들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다.

  지금 자녀를 스포츠선수나 음악가, 미술인, 무용가 등으로 키우려면 부모의 마음고생도 고생이지만, 무엇보다도 경제력 뒷받침 없이는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 박지성의 집도 부유하지 못했다. 3천만원 전셋집에 살면서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지성의 어머니는 2천만원의 카드 빚을 지기도 했다. 지성의 전지훈련비와 회비, 선수들 식사 등으로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운동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머리가 나쁘다는 일반인들의 선입견을 굉장히 싫어했다. 지성의 아버지가 바라본 지성은 남보다 두뇌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탁월하며 섬세하다는 것이다. 특히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잘 이해하고 한번 배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런 플러스 요인들은 박지성이 축구를 잘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박지성이 첫 국가대표 선수로 뽑힌 건 명지대학교 축구선수 시절이었다. 1999년 1월, 명지대와 올림픽 대표팀과의 연습경기가 열렸는데,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던 허정무는 왜소한 체격임에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지성의 플레이를 눈여겨보았고, 결국 그를 올림픽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지성의 아버지 박종성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주전으로 뛰느냐 안 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주전으로 뛸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박종성씨는 지성이가 한국에서 축구를 했다간 그저 평범한 선수로 머물다 은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명지대 2학년 때 일본 J리그로부터 입단제의가 들어왔을 때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투자라는 생각으로 지성을 일본의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도록 했다. 일본에서의 축구선수 생활은 박지성이 유럽 무대에서 기죽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치는 큰 밑거름이 되었다.

  지성과 아버지 박종성씨는 지성의 국가대표팀 은퇴시기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서로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박수 칠 때 떠나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더 있어 주길 바랄 때, 스스로 태극 마크를 반납하는 게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지성이 네덜란드에 진출하면서 받은 충격은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었다. 감독이 요구하는 일정한 틀 안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움직이고, 그 가운데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플레이를 진행시킨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놀이문화나 즐거움을 주는 수단으로 인식한 유럽의 유소년들과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축구를 받아들인 한국 유소년들의 시각 차이가 프로무대에선 큰 격차로 벌어진다.

  박지성이 수원에 ‘박지성 축구센터’를 건립하는 가장 큰 목적도 기계적인 축구만을 주입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유럽식 축구문화를 전수하여 유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하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성은 세상의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모양이다. 아버지인 박종성씨가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매사에 조심하며 공인으로서의 신분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처신하는 이유는 축구선수로서 더 큰 성장을 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뒤는 무대가 커질수록 경쟁도 더 심해지겠죠. 전 그런 경쟁 세계가 좋아요. 저를 큰 선수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니까요. 성공하고 싶다면 목표를 크게 세워야 해요. 그래야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박지성 부모의 삶의 목표는 오직 박지성이었다. 축구를 시킨 이후 부부는 철저히 아끼고 절약하며 살았다. 옷 한 번 제대로 사 입지 않았고, 정육점을 운영해도 부부가 먹을 고기를 따로 챙기지 않았다. 그런 부모의 삶을 박지성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지성이가 잘 이해하고 따라준 것이 한없이 고맙다고 말하는 박종성씨, 그도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이 땅의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는 한 어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