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의 소설은 처음 접했다.

'사랑을 묻다'라는 제목과 강렬한 책 표지에서 난 사랑후 이별을 아파하는 내용의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결혼 이주민 여성의 이야기였다. 한국의 스타 '비'를 좋아하던 최부용, 그녀의 이름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의 하얼빈 출신의 조선족 여인, 그녀는 3천만원을 받고 삼백여 년 전 우의정을 지낸 불천위 상암공이 만든집, 광주의 하백당으로 시집오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어릴때 정신지체로 확정된 남겸이었다.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장 많이 차지하는 사람들은 하백당 사람들이다. 하백당의 가장 큰 어른인 할머니, 쓰러지기 전까지 사리분별 분명하고 영인했던 시어머니, 소문나게 공부를 잘해 여고의 전설이었던 첫쨰 남실, 대학 4학년때 사법고시를 통과했던 막내 남면, 도시개발로 벼락 부자가 된 집의 딸이자 남면의 부인인 희수, 몇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남편들의 재산으로 '조선시대'라는 큰 한정식집을 경영하는 고영라, 그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 인물들이 이 소설을 이어가는 큰 인물들이다. 최부용과 결혼한 남겸은 어린시절 어머니의 눈물겨운 가르침에 여자를 멀리하며 온순하게 살아오지만, 고영라의 유혹에 넘어가 매일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 지내는 일로 이야기는 거의 시작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부용과 그 주위 인물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그둘을 떼어놓는가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이야기인듯 했다.

 

그리고 최부용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이 책을 통해 많이 생각하게 하고, 우리 주위의 최부용과 같은 여인들의 설움과 한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온전치 못한 남편을 보살피며, 그이 사람들을 시중들며, 집안일을 다 도맡아 하던 그녀는 흡사 가정부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듯한 행동들(중국어 통역을 맡아 돈을 벌고, 남겸을 데리고 병원에 갔던일등)을 하백당 사람들이 알고는 그녀에게 현금을 인출할 수 없는 신용카드로 바꿔주는 것과 자기의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집안일이 많아지게 하는것을 볼때, 사람들이 최부용을 그들의 집으로 데리고 올땐 그녀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순종하며, 시키는 일만을 하길 바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일인 고영라와 겸의 이야기, 책에서 나온 글처럼 겸은 바보가 아니라 괴물이 맞는 말인듯 했다. 겸의 자식이라고 임신하여 하백당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든 고영라도 악녀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엾은 여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은 나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바보를 내세워 나몰라라 하는 겸의 행동들도 끔찍했으며, 고영라를 아무런 흔적없이 자기들에게서 떼어놓는 하백당 사람들을 볼때 경악을 했다. 옛사람들을 볼때 자기것을 지키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남을 생각지 않는 그 자존심은 정말 용서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시원한 결말이 나오지 않아 맘에 들지 않았다. 최부용 그녀의 미래는 도대체 어떻게 될까? 짐작이 되지 않았기 떄문이다. 최부용 그녀가 조금더 영악해졌으면, 조금더 자신을 생각해는 여인이 되었음 하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결혼 이주민 여성들이 모두 행복했음 한다. 한국 사람들이 따뜻한 사람들이구나! 이런 마음이 들 수있게 주위 사람들, 특히 그녀들이 몸담고 있는 그녀들의 가정이 평안했음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