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배상민 작가는 보통 이십대에 첫 책을 선보이는 

다른 작가에 비해 조금 늦은 삼십 대에 데뷔를 했다. 

단편소설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로 2012년 '젊은 소설'에 선정되었으며 이 책에는 총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너무나 적나라하게, 슬픈 소시민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어 공감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조공원정대",

소설을 읽기 전에는 무슨 내용일까 생각했는데 조공원정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직접 찾아가서 선물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조용필이 그랬던 것 같다.

난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고 그다지 열성적으로 듣는 사람도 아니었던 터라 온 가족이 인기가요프로그램을

볼 때도 혼자 책을 읽곤 했었다. 

이 세상에 책 만큼 좋은 게 어디있다고 저 난리를 치지?하면서 말이다.

 

해남에서 광주로 이사오고 나서도 여전히 책만 붙들고 살던 나에 비해 오빠나 여동생은 노래도 잘 부르고 좋아했다.  

오빠는 조용필의 신곡이 나왔다하면 레코드를 사들이곤 했었다.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유명했었던 가수에게 여동생도 선물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 가수에게 답장을 받았다며 좋아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 때 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조공을 바쳤던 셈이다.

 

책 속의 주인공 '나'는 결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소녀시대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조공원정대를 꾸려

서울로 출발한다. 하지만 생애 첫 서울 나들이는 쉽지 않았고 막상 소녀시대를 만나러 가긴 했지만 그들의 조공은

다른 팬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소녀시대에게 바칠 조공을 구하느라 임시 직장을 구했던 친구들은 그대로

서울에 눌러 앉기로 하고 '나'만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선을 찾아 고향에 내려가려고 버스를 타러 가지만 

미선에게서 고향을 떠난다는 문자를 받게 되고 나 역시 서울에 머무르기로 마음을 먹는다. 

 

세계 굴지의 피자 체인점때문에 동네 피자 배달을 하고 있는 '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가게 매출이 떨어지자 가게 주인은 피자 배달을 무조건 25분 내에 마치라는 명령을 내린다.

늘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던 늦어지게 되고 결국 시비가 붙어 경찰서까지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스쿠터를 훔치다 체포된 미군 병사들과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묘한 동지의식을 느끼게 되는데...

 

8편의 작품들이 모두 인상깊었지만 제일 마지막 편인 "아담의 배꼽"이 특히 좋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을 만들었으므로 아담에겐 배꼽이 없을 터. 하지만 동생 아벨이 아버지 아담에게도 배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된다. "나" 카인은 우연히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것으로

아버지 아담과 거래를 하게 된다. 한 번도 아담의 배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작가의 생각이 놀랍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꽤 진한 여운을 남긴 작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