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셜록 홈스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초등학교때였다. 

활자중독에 걸린 사람처럼 뭔가를 읽지 않으면 불안해서 늘 읽을 것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명절날 외할머니 댁에 가서도 사촌동생들이 다들 놀고 있을 때 나만 한쪽 구석에 처박혀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외할머니댁에서 굴러다니던 샘터를 읽었던 기억도 난다. 

우리 집에는 책이 없어서 나와 같은 나이의 사촌이 있는 작은 집에 자주 갔었다. 

작은 집엔 계몽사 전집과 다양한 동화책들이 많았었다. 

자기 집에 와서 놀지는 않고 책만 읽는다고 사촌이 짜증내기도 했지만 난 그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 때 셜록 홈스라는 명탐정 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더불어 괴도 루팡 이야기도 읽게 되었다. 

괴도 루팡은 정작 코난 도일의 작품이 아니라 후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창조된 인물이라고 한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홈스에게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책을 읽기 전까지는 홈스에 대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여 실존인물처럼 생각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었다. 

추리소설 작가가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유난히 추리소설이 많이 출간되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뛰어난 추리소설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다. 

"일반인을 위한 셜록홈스 A to Z"를 보면 탐정 셜록 홈스를 연모하고 그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호모 사피엔스를 홈스학자라고 부르고 그들을 단계별로 분류한다. 

1-3 레벨에 속한 사람들은 추리소설 애호가를 뜻한다. 

4-6 레벨에 속한 사람들은 입문 단계의 홈스학자들로 가끔 허구와 현실을 착각하기도 하고 

셜록 홈스 동호회에 가입하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는 정도다. 

7-10 레벨의 사람들은 최고 수준의 홈스학자들이며 셜록 홈스가 실존 인물이고,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스의 전기 작가인 존 H. 왓슨이 고용한 출판 대리인이라고 믿는단다. 

하, 이 정도면 홈스를 우상화하는 단계까지 이르른 것 같다.

나 또한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분류법에 의하면 레벨 1에도 속하지 못할 것 같다.

어쨌든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스위스의 마이링겐에 있는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서 셜록 홈스에 관해 연구하는 

유명 대학 교수들이 학회를 열기 위해 모인다. 

그 호텔을 학회 장소로 정한 이유는 홈스가 숙적 모리아티와 대결을 벌이다 실종되었던 

라이헨바흐 폭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따뜻한 5월이라 날씨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하필 때 아닌 눈이 내리게 되고 폭설로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은 고립된다. 열 명의 홈스학자와 웨이트리스.

사실 웨이트리스는 홈스학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위장 잠입한 취재기자 오드리 마르무쟁이다.

 

고립된 호텔에서 오스카 르코크가 고립되어 있다며 구조요청을 해 오고 결국 소방차가 출동한다.

호텔에 진입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눈더미를 치우고 마침내 굳게 닫힌 호텔문을 향해 소방차가

돌진한다. 하지만 문이 열린 것을 기뻐하기도 전에 문에 깔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에 구조요청을 보낸 사람이 호텔 출입문 뒤에 있으니 도와달라고 전화했던 것이다.

 

첫 번째 희생자를 뒤로 하고 남은 생존자를 찾아 나선 구조 대원들, 하지만 호텔은 조용하기만

하다. 호텔을 수색하는 사람들, 그들은 호텔 주방의 냉장고 안에서 차가운 시체 10구를 발견하게

된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던 셈이다.

과연 고립된 호텔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학회 참석자들이 남긴 편지와 각종 메모들, 휴대용 녹음기 안의 음성 파일을

분석하여 호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캐기 시작한다.

 

그 전에 읽었던 추리 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주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