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고전문학을 배우면서 무척 어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우리 말인데도 쉽사리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시험을 위해 읽어야 하는, 아주 하기 싫은 과목이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읽고 있지 않으면 허전해서 어느 집을 가더라도 읽을 거리를 찾곤 했었다.

읽을 거리가 눈에 띄면 구석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책을 읽곤 했었다.

그렇게 읽는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고전문학은 말 그대로 내게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과목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의외로 고전문학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왜 고등학교 때는 지루했던 고전문학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삼 재미를 느끼게 되었을까?

어쩌면 나이 탓일수도 있겠다.

 

나이도 한 몫했겠지만 책의 저자가 풀어놓는 우리의 고전 시가들(시조, 고려가요, 가사 등)의 뒷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무작정 읽고 외우기만 했었는데 옛 시조들에 얽힌 이야기들과 설명들을 차분하게

읽으니 훨씬 더 이해하기도 쉬웠고 심지어 재미있기도 했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우리 고전시가들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려고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는 충분히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부는 향가, 고려가요, 경기체가, 시조, 가사, 사설시조까지,..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되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2부는 삶의 애환으로 부르는 노래를 엮어 설명하고 있고, 3부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을,

4부는 충성과 자연을 노래하는 고전시가를 살펴보고 있다.

 

백제 무왕이 선화공주를 사모하여 그녀를 얻기 위해 아이들에게 <서동요>를 퍼뜨려 결국 쫓겨난 선화공주와

결혼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은 백제 무왕의 왕후가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 귀족의 딸이었다고 한다.

8구체 향가인 <처용가> 역시 기억난다.

아내가 저지른 부정의 현장을 목격하고도 조용히 물러나는 처용의 이야기.

이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용의 생김새를 묘사한 걸로 보아 아랍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용이 아랍인일 수도 있다는 견해는 그 당시 아랍과 신라간에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의 생김새

때문인데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녀상열지사'를 노래했던 고려 가요, 대부분이 조선 시대 유학자들에 의해 노랫말이 저속하다는 이유로

문헌에 싣지 않아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데, 그 중에 <만전춘>, <쌍화점>을 소개하고 있다.

조섭의 랩에 해당하는 가사문학!!!

 

고등학생들이 읽기에도 부담없고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이번 추석에 아들이 기숙사에서 올라오면 손에 들려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