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라는 소재가 유행이긴 한가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시간과 타임슬립과 관련된 작품들이 나오더니 이제는 책에서도 시간을 다룬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수 있다. <시간을 담는 여자> 역시 시간을 사고 판다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가득 깨우는 신선한 명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24시간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갖는다. 똑같은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많은 걸 이뤄내고 누군가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도 한다. 1분 1초가 아깝게 열심히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시간을 판다는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 자체가 책 속 여러 제약회사들이 넘보는 것처럼 돈으로는 매길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가치를 지닐 수 있는게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킬링타임 모텔 601호라는 작고 비밀스런 공간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자신들의 앞으로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을 판 쏘반의 두 친구를 비롯해서 만석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아들까지..그저 자고 일어나면 많은 돈을 준다는 유혹에 못 이겨 이들은 자신의 귀한 시간을 팔았고, 결국엔 돌이킬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운명의 뒤바뀜은 시간을 사고 파는 기술을 연구한 임필중 박사와 그의 딸 시연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만큼나 우리의 삶 역시도 굉장히 다양한다. 같은 시간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삶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시간을 자신에게 투입하면서 얻게 될 말 못한 고통은 어쩌면 처음부터 고칠수 없는 과정이자 이들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각자 색의 빛깔이 다른것처럼 한 사람의 삶을 (시간을) 이동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책의 후반부가 갈수록 크게 느끼게 된다.

 

종이책 출간을 위해 스마트한 수상을 포기했다는 작가 김영리의 <시간을 담는 여자>. 왠지 종이책 출간을 고집한 것만큼이나 책에서도 김영리 작가만의 색이 고집스럽게 묻어난다. 그런데 이 느낌이 나쁘지않다. 편안하게 읽기 쉬운 문체이면서도 개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책에 조금 더 빠져들어서 볼 수 있었던거 같다.

 

책속처럼 실제로 시간을 사고 팔수 있게 되면 지금의 세상은 어떨까?! 책에서처럼 시간을 살수 있는자와 팔수 있는 자로 나뉘어 버릴수도 있을테고, 혹은 시간이란 가치가 무의미해지면서 오히려 더 허망한 하루하루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지만, 시간을 어떻게 써야하고 의미를 부여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비록 내 시간 중 어느 한 시간이 허투루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안에 모든 과정은 알찬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과정이 될수 있으므로 시간을 소중히 여기되 매달리면 안될거 같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모든 시간은 나혼자만의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보내는 가족, 친구, 지인들 이들을 넘어서 지금 동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많은 사람과의 교감과 추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2초같은 1초를 사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행복을 느낄수 있는 1초가 더 좋은게 아닐까?!

 

책속에서 만석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쏘반과 그의 친구들이 맺은 결말 역시도 나름 꽤 괜찮은 구성인거 같다. 피폐하게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고 하면 시간의 위엄함을 느낄수 있었겠지만, 시간을 소중함을 깨닫고 더불어 함께하는 소중함을 알게 된 자체가 어쩌면 큰 경험이지 않을까?! (물론 경험치고는 너무 많은 걸 잃은 사람도 있고, 돌이킬수 없는 결과에 이른 사람도 있지만..) 쏘반이 만석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만석의 행동을 보면서 쏘반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용기 있는 시연의 행동 역시도 어느 이상은 이해가 되는 결말이었다.

 

킬링모텔 601호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시간 거래 이야기와 거래 후 앞에 놓일 이들의 운명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시간을 담는 여자> 추천합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겨 볼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답니다^^ 당신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시간을담는여자, 김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