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VS 스트릭랜드, 존재와 소유에 대하여.

저 : 서머셋 몸 William Somerset Maugham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하였다. 10세 때 양친을 잃고 목사인 백부 집에서 성장한 모옴은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런던의 성 토머스 의학교에 입학하여 의사면허를 취득하나 작가를 지망하여 10년간 파리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였으며 1897년 첫 소설 「챔버드 구의 라이자」를 발표하였고, 1908년에는 「잭 스트로오」, 「도트 여사」, 「탐험가」, 「프레드릭 부인」등 희곡을 발표하였다.

 

20세기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풍자적인 소설가로 분류되는 서머싯 몸은 영국인이 빠져들기 쉬운 속물 근성이나 위선자적 경향을 냉철하고 비정한 필치로 파헤친다.

 

역자 : 송무
고려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 수료.
현재 경상대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중.

 

2. 주제 및 요약

화가 폴 고갱의 삶의 단편들을 소설로 옮긴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한 화가의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원시에의 갈망과 현대 사회의 병폐적인 모순에 대한 반항적 요소.

존재와 소유.

 

3. 책 뜯어 먹기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관류하는 지난 세대의 작가 정신을 담은 고전이 2010년을 걷는 세대들에 감동과 공감을 형성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곧 인간의 본능과 기본적인 감정을 고전 작가들의 치밀한 성찰과 구성이 현재에도 불변하는 인간적인 면모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신의 삶과 육신을 예술과 영혼으로 맞바꾼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광기가 인간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멀게 보이지만 한편으론 그의 예술에 대한 집착과 혼은 자아를 내던진 잠재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한다. 후기 인상파의 거장 화가 [고갱]을 모델로 삼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영국 중산층의 삶, 금전과 가정을 버리고 오직 그림을 위해 무일푼으로 파리로 떠나 타히티에서 나병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스트릭랜드]의 일생을 통해 고갱을 투영하는 작품이다.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은인과도 같은 [다크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와 동거하며 예술정신과는 무관하게 쉽게 팔리는 그림만을 그린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렇게 구차하고 비루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지의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천 가지의 결점을 모두 용서할 수 있다.’라는 화자의 언급은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비범함과 천재성, 그리고 광기 어린 예술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에겐 쉬운 삶은 아니지만, 예술혼에 사로잡힌 영혼에서 인간 근본의 명제가 무엇인지를 거론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된다.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했는가. 금전과 세속으로 점철된 6펜스를 내던지고 40대의 중년 나이에 불쑥 찾아든 자아를 찾아 달을 향해 무작정 걸어가는 삶이 사회적 구속과 윤리와 가정 등을 모두 져버려야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은 거부하기 어려운 논쟁거리가 될 소지도 있다. 아무튼, 그들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만 느껴진다.

 

사회적 반향이 될 만한 육체적 탐닉만을 위한 친구의 아내[블란치]에 대한 주인공의 배신과 그로 말미암은 일가의 파멸, 타히티에서 세번째 결혼이라는 내용에서 파생된 윤리적, 도덕적 의?가의 집필 의도에서 알 수 있듯 블란치의 죽음 등이 단순히 주인공의 존재에 대한 원인이 아닌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는 지적은 달과 6펜스를 도덕과 윤리의 차원에서 이해하기보다는 소유와 존재 측면에 주제가 있음을 대변한다.

 

고갱을 따라간 작가의 시선 즉, 세속을 버리고 나병에 걸려 병마 속에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살랐던 [스트릭랜드]가 필생의 대작과 함께 사라진 모습 속에서 작가는 소유와 존재라는 의미를 상기하였을까. 적어도 타히티의 원시 섬에서 그림에 대한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소유가 아니라 존재함으로써 가치는 빛을 발했다. 가정을 버리고 육체를 탐하며 금전을 취하고자 예술을 팔았던 주인공의 비윤리적인 삶이 용서될 수 있었던 것은 타히티에서 주인공의 유언에 따라 대작들이 오두막과 함께 불태워졌던 순간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신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타고난다. 그래서 보통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 인간이 있으면 그들의 생애에서 놀랍고 신기한 사건들을 열심히 찾아내어 전설을 지어낸 다음, 그것을 광적으로 믿어버린다. 범상한 삶에 대한 낭만적 정신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전설적인 사건들은 주인공을 불멸의 세계로 들려 보내는 가장 확실한 입장권이 되어준다....p. 11.

 

4. 끄트머리

현대 문명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물질에 대한 존재보다 소유에 집착하는 삶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을 소유해야 하고, 자동차를 소유해야 하며, 돈을 소유해야 하는, 과거나 현재나 인간은 거부할 수 없는 유몰론자이다. 40대 중년에 찾아든 광기 어린 예술혼,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발견한 [스트릭랜드]. 달과 6펜스라는 고전을 통해 사색과 성찰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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