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수십 년 동안 국내외에서 불우아동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시는 김혜자 씨. 얼마 전 모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처음에는 아프리카에 그냥 따라갔다가 그곳의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토로한 김혜자 씨를 보며 어머니 같은 마음을 소유한 따뜻한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미를 보았고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불우 아동을 제 새끼인 양 보듬고 어루만지는 손길을 볼 때면 존경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여기 제2의 김혜자 씨와 견줄만한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있다.  

북로그 컴퍼니에서 펴낸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는 법륜 스님이 만든 시민단체 JTS(함께하는 사회(Join Together Society, JTS))가 2005년 필리핀 오지 마을 '알라원'에 학교를 짓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한지민과 작가 노희경을 비롯한 9명의 서포터즈가 이곳의 아이들과 지낸 4박 5일의 기록을 글과 사진을 통해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 40여 가구만이 살고 있고 해발 2,000미터 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차량이 다니는 곳으로부터 18킬로라는 적잖은 거리를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지도에 표시도 없는 오지마을. 평소 사회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연극영화과를 등지고 사회사업학과를 선택한 것도 한지민이 오지 여정에 흔쾌히 동참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어린 나이지만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미 3년 전부터 한국 JTS의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그는 이번 오지 방문에서 짧은 기간임에도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알라원'의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어린 시절 순수했던 아이들과도 같은 표정으로 그들이 그려낸 그림 한 장 한 장 온통 예쁜 꽃들과 작은 집 등 온통 자연으로 채워나간다. 어느 것 하나에도 욕심내지 않는 아이들, 피리 선물에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 문맹이 많아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쓰는 아이들, 후렛쉬로 밤길을 비춰주던 그들이 마음의 손을 내민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요구되지 않았다. 그들과 즐겁게 뛰놀고 그들의 삶에 한치의 간극도 없이 지내온 4박 5일의 여정에서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던 한지민의 이별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은 가슴 찡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다고 한다. 1970년 광화문에 있는 미국대사관도 필리핀 건설회사에서 지었다는 사실을 오늘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불황과 독재자의 장기집권으로 비롯된 경제파탄이 소외된 계층을 더욱 소외시켜온 결과를 낳은 필리핀. 비단 필리핀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와 같이 지구촌 곳곳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이들을 위해 '기부'라는 사랑과 실천으로 그들을 안아주는 단체와 개인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낀다. 이 땅에 기아, 질병, 문맹이 없는 세상은 과연 언제나 올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세 전액을 제3세계 학교 건립과 교육 지원을 위해 기부하는 한지민의 진심 어린 마음에 무한의 박수를 보내며. 

한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