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고전을 통해 수많은 위인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일이고 사상가들의 가르침에서 교훈을 얻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양권에서 태어나 또 자라서 숨을 쉬고 있음에도 서양철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지에 가까웠던 동양철학의 이론을 나이가 들며 더 친숙하고 관심을 두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학창시절 교과서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시험에서 늘 우리를 괴롭혔던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열자 등 수많은 중국의 전통적인 철학사상과 경전 및 이론서들에서 오는 지독한 어려움이 지금도 마음에 각인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시그마북스에서 펴낸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는 장자의 사상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희로애락과 생사의 허망한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전 문학이라는 맥락을 통해 명쾌히 제시하고 있다. 관건은 장자의 달관한 경지를 과연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며 설령 실천을 한다 해도 장자의 자유분방한 학설과 초연함으로 인해 왕공과 대부들 사이에서 등용을 꺼렸다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그 시대에도 이론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했다는 사실만큼은 정확히 확인된 셈이다.  

장자는 성이 '장', 이름은 '주'이고 송나라 몽현 사람으로 제나라의 '선왕', 초나라의 '위왕'과 동시대를 살아간 인물이다. 장자의 학문은 철학의 깊이와 해박함으로 전 영역을 꿰뚫고 있으며 근본은 노자에 두고 있다. 도가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도가 철학은 노자 또는 도덕경, 장자, 열자 등과 같은 경전의 사상, 즉, '도'를 숭배하는 종교로서의 도교와 도가를 모두 포함하며 중국문화에 광범위한 범위를 두고 있다.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내용이 바로 장자의 고유 색깔인 무욕과 담담함, 명예와 이욕을 지양하는 것으로 집착의 굴레를 벗어나는 이치를 깨우치고 있다. 이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과 궤를 같이하는 논거로 업적, 명예, 권력, 존경, 지위의 속박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고 거리낌 없이 생활하며 모든 것에는 상대성이 존재함을 설파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좋다 나쁘다나 옳고 그름 등은 우리가 정해놓은 마음속의 관념일 뿐 기준의 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흑백논리가 아닌 이 모두를 수용하거나 정해진 틀을 떨치고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나를 맡겨 집착에서 헤쳐나온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골자다. 

대부분이 '우언(寓言)=우화'인 장자의 저술은 어부(漁父), 도척(盜跖) 등으로 노자의 이론을 통해 공자의 제자를 비판했으며 합리적인 논리를 갖춘 이론으로 유가와 묵가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학, 철학, 병서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전을 보고 있노라면 격변한 역사 속 인간의 모습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나의 주체성을 확고히 인식하고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음을 바르게 하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밝아지며, 밝아지면 텅 비이게 되고, 텅 비어 무위에 들어가면 자신의 도와 일치되어 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된다. [장자, 경상초] p. 203 

진리와 정의, 양심과 사랑, 희로애락 등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잣대가 주관적인 생각일 뿐 꼭 옳은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모든 것을 떨쳐버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장자의 이론에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장자의 이 순수한 이론은 그가 몸소 실천했던 바이기도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이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초인만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가 찰나에 닥친 집착이라는 굴레를 탈피하고자 할 때 장자의 이론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겨본다면 더욱 수월하고 유연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