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줄 모르고, 찍으면 안 놓친다.

 

 

제목에 이끌려 손이 따라간 책이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제목 그대로 무심하지만 세련되고 멋있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이 뜻인가? 저자는 주인공을 일컬어 무심하고 시크하게란 구절로 표현하고 있다. 마약과 살인이라는 영원불멸의 소재가 이 책의 중심으로 이를 놓고 벌이는 대한민국 열혈 형사 '정태석'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이 되겠다. 이미 이와 같은 진부한 소재는 세간에 출간된 여러 소설을 통해 두루두루 섭렵하였던바,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면 외면당하기 십상인 것이 이런 부류의 소설이다.

 

태석의 파트너 병철은 투캅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냥 커다란 대반전이 기대되는 소설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점은 거의 부재다. 백수로 지내며 주말마다 마약 섹스 파티를 벌이는 중독자 '김주완'의 체포를 통해 의외의 사건 즉, 대한민국 경찰이 1분기에 적발, 압수하는 마약의 양과도 맞먹는 양의 신종마약을 유통하려는 주범 '변성수'라는 인물을 알아낸다. 이 과정이 참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물론 형사 생활에서 오는 '감'도 작용했겠지만, 거의 과학적인 수사와 취조 없이 농담을 일삼으며 가까스로 정보를 캐내는 모습과 유머 등에서 형사 소설이라는 진지함 보다는 투캅스를 연상시키는 것에 한 몫을 거둔다.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수사반장'의 진지함에 미치지 못한다.

 

 

반전의 시도를 위해 의문의 '추리닝'이라는 인물을 내세우지만 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그냥 담담하고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뜨거운 사랑도 없고 게다가 뜨거운 우정도 없었으며 하필 생뚱맞게 튀어나오는 컴퓨터의 고장 부분은 더욱더 그러했다. 더군다나 본문 190페이지에 나오는 "그보다 시크하게 보이도록 노력해. 언제나 자신감 넘치지만 오만하지 않은 남자. 대충 입은 것 같지만, 사실은 세심하게 고른 옷을 자기만의 센스로 멋지게 소화한 남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는 따뜻한 남자. 한마디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는 도대체 이 소설과 무슨 연관이 있기에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무심한 듯 시크하게]는 상황에 대한 디텔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덤덤한 이야기의 전개지만 이를 보완하는 장치로 소소한 것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등장 인물 간의 대화 속에 유머러스함이 보이고 묘사에 있어 친절하리만큼 부연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비록 경력과 필력 면에서 그다지 화려하진 않지만, 그동안 무협소설을 위주로 다룬 저자에게 있어 현대 소설물을 이 정도로까지 표현해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로 작가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고 하겠다. 주인공 '정태석'이 추구하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설로 다시 한번 투캅스의 감동을 느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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