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한국 단편 문학의 숲을 거닐다.

 

1. 저자 소개

 

김동인 외 11인

평양 출생. 1919년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 '창조'를 창간하고, 「약한 자의 슬픔」(1919) 「배따라기」(1921) 등을 발표하였다. 주로 단편소설을 통하여 간결하고 현대적인 문체로 문장혁신에 공헌하였으며, 1925년대 유행하던 신경향파(新傾向派) 및 프로문학에 맞서 예술지상주의(藝術至上主義)를 표방하고 순수문학 운동을 벌였다.

 

2. 주제 및 요약

 

한국 단편소설들은 지난 시대의 삶을 재조명.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보편적 문제들에 대한 깊은 통찰.

 

3. 책 뜯어 먹기

 

한국 단편소설은 왜 읽어야 하는가. 비단 한국 단편소설뿐 아니라 세계 단편소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이런 근대 소설을 통하여 과거와 미래의 삶을 통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 단편소설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당시 사회적 현실을 이해하고 세대 간의 격차를 거슬러 보다 성숙한 객체와 정신세계를 지향하며 한국인의 정신적인 고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를 불문하고 반드시 읽어야 하는 문학 장르 중 하나이다.

 

고전과 현대 문학의 경계에서 모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근대 단편소설은 훌륭한 작가와 완성도 높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근대 단편소설 이후 장편 소설의 변이 현상은 당시 비평가들 사이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단순히 단편 소설을 늘어놓은 것 같은 중, 장편 소설과 과할 정도로 분량만 늘려놓은 장편 소설은 한국 소설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으며 돌이켜볼 때 문단에는 반성의 기회와 독자들의 냉정한 평가로 새롭게 도약하는 이점을 가져다주는 상쇄 작용을 일으켰을 것으로 사료된다.

 

질투심으로 죽임을 당하는 정부 '복녀', 일제 강점기하의 민족의 빈곤과, 척박하고 극빈한 삶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김동인의 [감자], 뜻하지 않은 행운이 결국은 아내의 시신으로 귀결되는 도시 하층민의 궁핍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 반어적 기법을 통해 비극을 극대화 시킨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간결한 문장과 긴박한 사건 전개, 토속적 어휘로 나와 점순네의 애정과 복수를 닭싸움으로 표현해 낸 김유정의 [동백꽃], 자유와 이상을 상징한 이상의 [날개] 등 주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과 감상적이고 퇴폐적인 낭만주의 소설이 유행했으며, 일제의 억압이 심해지던 1930년대는 순수, 농촌, 역사 소설이 활발하게 발표되었고, 6.25전쟁까지 문학계는 극심한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사회적 혼란상의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이처럼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한국 근대소설의 영역에는 수많은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문학계 화두가 가족, 빈곤, 기아, 재난, 환경 등이라면 1920년대 이후 근대 문학에도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당시의 화두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이 그 시대의 조류였고 시대상이었으며 고전과 근대, 그리고 현대를 이어 주는 도외시 해선 안 될 연결 고리인 셈이다.

 

'어느 때라도 제 은공을 갚아 줄 날이 있겠지!'
나는 마음을 좀 너그럽게 먹고 이런 생각을 하며 아내를 보았다.
 "나도 어서 출세를 하여 비단신 한 켤레쯤은 사주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이런 말을 듣기는 참 처음이다.
아직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은 무명작가인 나를 다만 저 하나가 깊이깊이 인정해 준다. 그러기에 그 강한 물질에 대한 본능적 요구도 참아 가며 오늘날까지 몹시 눈살을 찌푸리지 아니하고 나를 도와 준 것이다. 현진건의 [빈처(貧妻)] 중.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극적이고 단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청소년들의 문학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필독 도서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장치도 강제성의 부여와 작품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사고의 강요로 질적 수준이 저하되는 경향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국 근대 단편소설은 청소년들에게나 어울리는 수준 낮은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이다. 청소년들이 현진건의 [빈처(貧妻)]나 염상섭의 [임종(臨終)] 등 작품에 대한 이해를 완벽히 하였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4. 끄트머리

 

문학은 현실을 반영시켰지만, 이 사실 보다는 지난 시대의 삶과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유추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봄의 초입에서 주옥같은 한국 단편 문학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단편문학선1, 현진건, 김유정, 낭만주의,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