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자녀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1. 책 뜯어 먹기

부성애 결핍이라지. 블로그 오프 모임에서 포스팅한 내 글들을 읽고 판단한 그 친구의 예리한 결론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겨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자라 온 환경과 과정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버지로서의 자녀에 대한 무관심도 그렇게 생경하지가 않다. "어머니는 가정을, 아버지는 사회를"이라는 고정관념과 권위적인 사고는 그 당시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았고 조심스럽지만, 주류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고 살기 어려었던 60년대 말에서 70년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네 부모는 자식을 가르치고 먹여 살리려 늘 고된 삶을 살아오셨다. 말썽과 성적 부진을 회초리로 다스렸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내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공포와 결핍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부모가 되어보니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자녀에 대한 무관심.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의 저자 오은영 씨는 이를 부모의 불안과 갈등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부모 60분] 등을 통해 스타 의사로 자리매김한 저자 오영은 씨. 그를 보면 때론 날카롭고 명확하게 때론 제 아이인 양 눈 안으로 보듬는 사랑, 즉 모성애를 지니고 있다. 아이의 심리를 적확히 파악하고 부모의 양육과 인성교육에 잣대를 만들어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은 탄식과 감동마저 잠재운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인간, 부모가 나를 양육하고 나는 다시 부모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는 구조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양육 방식은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를 읽으며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재위 24년 만에 정조 시대가 막을 내리자 더불어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당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유배 중에서도 자식 교육을 걱정했던 다산의 모습이다. 정약용의 교육 방법은 둘이었다. 강진으로 근친(覲親) 온 자식들에게 직접 공부를 시키고 행동거지를 가르치거나 성인이 되고 문장가가 되며 선비가 되는 길을 30여 통의 편지를 통해 자식을 채근했다는 사실은 가슴을 뻐근하게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자녀에 무관심한 아빠들은 선인들의 깨우침을 내팽개쳤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에 공감 가는 부분이 참 많다. 내 아이와 같은 모습도 나와 같은 부모의 모습도 발견되곤 한다. 아이들을 마주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갈등과 불안을 겸허히 받아들여 보다 성숙한 부모의 위치를 정립하고 많은 대화를 통해 사랑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지금 부모에게 필요한 것이다.

내가 어떤 불안이 있는지 알면 불안이 물결칠 때 잔잔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다음에 이와 비슷한 불안이 밀려오면 ’내가 좀 심하구나. 내가 내 문제로 아이나 배우자한테 이렇게 행동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행동이 달라지면 내 불안은 물론, 나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상대의 불안 역시 덩달아 낮아진다. 따라서 우리는 내 안의 불안을 보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본문 중

2. 끄트머리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어하는 것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과 대안은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한 현실에서 아이의 심리와 부모의 심리를 파악하여 만들어 낸 자녀 양육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한 번이 아니면 두 번, 두 번이 아니면 세 번, 노력하고 깨우치며 보다 성숙한 양육 방법을 체득할 때 어느새 부성(父性)과 모성(母性)은 내 아이를 온전(穩全)하게 품고 있을 것이다. 마치 어미의 자궁에서 따스한 사랑을 느끼는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