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에서 출간 한 하룻밤의 지식여행이라는 시리즈는 매우 얇고 간단하며 구성과 스토리 또한 이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플라톤에서 촘스키까지, 수학에서 심리학까지 요약본 정도로 인식하면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

그 중 [사드]편, 참 뭐라 말을 해야할 지 어떻게 표현이 불가하다. 아래 내용들은 책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으로 궁금한 독자들은 직접 읽고 판단해야할 듯 하다.

사탄의 괴물이며 타락한 외설작가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오늘날까지도 지극히 위험한 인물로 평가되는 사드, 그에 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프랑스 명문 귀족 출신이었지만 타고난 방탕함으로 인해 평생 투옥과 도주를 반복하며 결국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드, 도착성욕의 극단적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이백 년 가까이 외설과 부도덕이라는 편견 속에 천박한 금서로 평가되며 묵살되었다.

그러나 많은 문인과 철학자, 학자들은 자유주의적 사상가이자 인간성 탐구자로서 사드와 그의 작품을 인정하고 있다. 이 책은 사드를 분명하게 서양철학의 유물론적 계보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그의 저서들이 후대의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그의 사상이 현대 비평가들과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어떻게 논의 되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단순한 성적 도착을 넘어 도덕성의 근본적 본성을 탐험한 작가이자 철학가로서 사드를 재해석하고 있다.

영국 국립 도서관은 사드의 작품을 특수 범주에 배치함으로써, 그의 작품을 단순히 음란물로 치부하는, 수백 년 이상 지속된 전통을 영속화시켰다. 그런 태도를 고수하는 곳이 단지 영국 국립 도서관만은 아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1911년 판)은 사드를 ’음탕한 프랑스 작가’라는 눈에 띄게 짧은 묘사로 그에 대한 소개를 시작한다. p. 7

프로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누구나 정상적인 성적 성향에 도착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을 첨가하게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드의 성적인 형성이 ’도착’의 예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록에 남아 있는 그의 행위는 오늘날 - 예전에도 마찬가지지만 - 대도시의 공중전화 박스에 광고된 ’모욕과 구속’(밧줄이나 수갑으로 상대의 몸을 구속하는 행동)에서 성적 쾌락을 얻는 많은 남성들의 행위보다 비정상적일 것은 없다. p. 39

아직까지 사회는 성도착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가 않다. 판단은 독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