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살리는 부모란...

 

 

1. 책 뜯어 먹기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문명의 이기도 이기지만 정보의 바다는 여느 때와 달리 홍수를 이룬다.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한다면 현재 출간되는 수많은 도서는 후천적인 인간 수양법에 밑거름된다고 표현해도 옳을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도 책 한 권에 담아 척척 내 앞에 던져지고 있으니 그저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현대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은 온갖 질병과 비례하여 살아가고 있다. 완만한 삶의 그래프가 굴곡을 그리며 소음, 대기오염, 방사선 피폭 등의 유형의 질병 요인과 더불어 만병의 근원인 무형의 스트레스는 인간의 두뇌를 멍들고 소멸해가기에 이른다. 이른바 정신력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인간의 의지로 임계치에 다다를 때까지 버텨내는 힘이다. 허나 이도 모두가 뇌의 작용으로 비롯된바, 신선하고 옹골찬 뇌의 기운이 없다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예담friend에서 출간한 [뇌를 살리는 부모, 뇌를 망치는 부모]는 뇌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남녀노소 모두가 읽어볼 만한 뇌의 일대기에 관한 가정용 실용서이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노후에 이르기까지 뇌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지닌 유기체로 항상 우리와 함께하는 가장 중요한 인체기관이다. 인간의 소망 중 유별난 것이 있다면 아이에 대한 지극정성, 즉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 가장 큰 욕망이 아닐까 한다. 때론 욕망이 지나치면 어리석음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두뇌 설명서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원하는 일정량의 욕망을 해갈하는데 도움을 준다.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상 주변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가짐이다. 어린아이의 두뇌가 맹렬한 속도로 발달하는 이유는 그 시기에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동시에 가지치기에 의해 뇌의 신경회로가 다듬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늘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주변 세계를 탐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항상 세상을 흥미롭게 바라보기 때문에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가 뇌에 새로울 수밖에 없다...p.134

 

책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 나는 뇌를 거의 방치시켜온 것 같다. 자극이라는 놈이 내 앞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 아무 반응 없이 돌아서야 했고 세파에 나약해지고 감당해내지 못하는 과부하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하다 보니 반짝이게 다듬고 보듬어야 할 뇌가 어찌 피폐해지지 않겠나. 두뇌의 연령이 아이들의 속도감 있는 파란만장을 뛰어넘지 못하고 무덤덤으로 관조하고 있으나 내겐 여유와 노련이란 놈이 뒤를 받쳐주고 있으니 이제라도 뇌가 소멸하가기전까지 자극이란 놈도 적절히 이용해봐야겠다.

 

2. 끄트머리

 

[뇌를 살리는 부모, 뇌를 망치는 부모]는 아이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게 권장할만한 책으로 자녀의 뇌와 학습에 대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뇌를 알면 내 아이도 우등생 만들 수 있다! 우리 아이 뇌를 살리는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등 이 책에 대한 현란한 문구를 100%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단순한 호기심의 충족이나 거창한 지식의 습득을 요구하기 보다는 지혜를 가르치는 부모, 나아가 빛나는 지성을 발현할 수 있는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 현명한 부모이며 아울아이의 성적 보다는 인성을 가르치는 가정과 사회, 모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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