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간의 폭력성은 영원한 것인가?

1. 책 뜯어 먹기

인간은 무리의 집단을 통제하고자 저 스스로 또 다른 집단을 만들어 우두머리를 선출한다. 권력을 움켜쥔 새로운 집단의 우두머리는 기존 집단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이라는 도구를 남용하기도 한다. 폭력에 속수무책인 인간은 이를 당연시 받아들여 이면의 파괴 본능을 나도 모르는 사이 체득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가. 박범신 씨가 "우리가 깔고 앉은 (자본주의라는) 장판 밑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고 싶었다"라며 "안락하고 화려하고 번들한 자본주의는 사실 겉 구조에 불과할 뿐, 더 위험한 것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폭력성이라는 코드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듯 이 전제는 너무나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외형적인 폭력만이 폭력 전부는 아니다. 아마도 우리 내면에 잠재된 폭력 의식이 깨어날 때면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의 사내와 같이 손바닥이 말굽으로 변하고 있을지도.

작가 생활 39년에 39번 째 소설이기도 한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는 박범신 씨의 작품이다. 이 소설속엔 박범신 씨의 철학적 관점이 지배적이다. 자본주의를 향해 죽음과 폭력이라는 서사적 의미를 여과없이 원고에 투영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임계치에 다다른 우리 사회 폭력에 대한 악순환에 경종을 울린다. 작가의 표현도 직선적이며 날카롭고 본능적이다. 손가락이 말굽으로 변해가는 한 사내의 과정속에서 폭력을 보았으며 사랑을 보았으며 결핍을 보았으며 죽음을 보았다. 사내의 말굽으로 변한 손이 머리를 정확히 내리쳐 두개골을 두동강 내고 뇌수가 흐르는 것 목도하였음에도 죄의식이 전혀 없다는 전편의 이야기는 섬뜩하리만큼 잔인했기에 멍해진 가슴을 두 손으로 힘껏 부여잡기도 했고 이사장의 야누스를 가진 얼굴에 분노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귀찮고 쓸모없는 가족들을 집단에 돈을 지불하고 치료라는 명목하에 내다버리는 인간이기를 거부한 부류, 걸려든 희생자들을 단식원에서 서서히 죽임으로 몰아가는 천인공로할 작태를 보며 자본주의의 그늘을 먹먹하게 바라볼 뿐이다.

터럭과 손발톱과 피부 각질과 배설물이 나오듯, 조직은 죽음의 쓰레기들을 양산한다. 이러한 먹잇감을 얻는 곳이 바로 '샹그리아'이다. 샹그리라는 도심에 세운 오피스텔로 패밀리가 거주하는 궁전이자,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사무실이다. 여기서 걸려든 희생자들은 명안진사라는 이름의 단식원에 갇히게 된다...p.472

폭력의 도구로 사용된 말굽. 말굽은 그냥 말굽으로 존재한다. 에필로그의 말굽이 하는 말에는 의미신장한 내용이 있다. 오래 살기 위해선 오욕칠정을 완전무결하게 뿌리째 거세해야 한다는 것을 나의 주인이 끝내 깨닫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굽은 독백한다. 곱씹어 보면 박범신 씨가 자본주의 이면의 또다른 심장에 비수를 관통시킨 사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조심스럽지만 차갑고 살아있는 지성으로 현실의 치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문학 작품을 통해 사회에 공론화 시켜 부각을 시켰다는 의미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2. 끄트머리

잠시 상념에 잠긴다. 작가는 내게 묻는다. '당신 가슴에는 무엇이 들어 있으며, 당신은 진짜 인간인가?' 자본주의에 비판없이 길들여져 있는 모든 이들이 한 번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자성하여 폭력을 길들이는 사회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절실한 때이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에서 보여준 작가의 도착적인 살인 행위는 무죄다.